동동(憧憧)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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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ㅁ사랑방

동동(憧憧)하다

by 바람 그리기 2024.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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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이 늦도록 종일 원고를 잡고 매달렸던 그날은 밥보다는 시원한 생맥주 한 잔을 몸이 찾았습니다. 그 시간에 문 열었음 직한 곳을 알고 있으니 다행입니다. 생각했던 그곳으로 가다가 생각지도 않았던 집 가까운 새로운 주점에 문을 밀쳤습니다.

 늙수그레한 노동자들이 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서너 평 남짓한 홀의 한쪽 구석에 앉아, 늙수그레한 주인 마담이 건네고 사라진 술밥을 먹었습니다. 종일 컴 앞에 매달렸던 긴장이 헤지고 빈속의 공복이었지만 평소 주량에도 취기가 '훅' 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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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잠들었을 시간이니 전화 넣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청춘 시절 따라 월장하다가 발모가지라도 똑 부러질까 그러지도 못하겠고.
 문이 잠긴 대문 앞 보도턱에 쭈그려 앉아 고민했습니다.

 대문 밖 기척에 삼월이가 악다구니를 쓰니, 누군가는 문 따러 나올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하고 그렇게 앉아, 문단속 말라고 당부하고 샘 등 까지 켜놓고 나갔는데도 잠긴 문을 생각하며 "아버지 안 들어오셨으니 마루 외등 끄지 말거라!' 하시던 어머님을 기억했습니다. 집안 식구 모두가 귀가해야 자리에 누우시던 당신을 기억했습니다. 기억이 길어지며 또 생각했습니다.
 "내게 지금 손가락 한 번만이라도 까딱거려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곳의 무기력한 청승을 털고 일어서 계신 곳이 진주라 천 리 길이라고 해도 밤을 새워서 걸어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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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휴 전에는 친구들 모임이 있었고, 연휴 중 나머지 날은 밤낮으로 기관지 발간할 원고 정리하느라 온 신경을 써서 매달렸고, 그래서 올 추석에는 덕담 한마디 남기지 못했습니다.

 ↘그제는 오전으로는 원고 작업하고 오후에는 광고용 사진과 자료 수집하러 다니다가 갑자기 비를 만났겠죠. 그래서 핑곗김에 친구 둘과 번개를 가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친구는 자리에 앉자마자 구시렁거렸습니다.
 물수건에 가려져 있던 호출 벨을 보고야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어제는 만나 뵙기로 한 노시인님께 갑자기 한 시간을 앞당겨 도착하신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제 번개 마치고 돌아와 아침 다섯 시가 지나도록 출판사 보내줄 자료 정리하다 잠들었지만, 일부러 찾아오시는 것도 감지덕지한 일이니 다른 일정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역 대합실에 미리 나가 기다리다가 오전 10시 막 지나 만나뵙고 긴 대담과 부탁드린 일정 마치고 오후 네 시가 지나서야 돌아왔습니다. 어영부영 앉았다가 11시 지나 저녁밥 챙겨 먹고 12시 지나 설거지하고 커피 타 서재 들어와 미진한 자료 만들다가 보조 의자에 다리 올려놓고 아침까지 그냥 까뭇 잠들었습니다.

 ↘아침 챙겨 먹고 또 컴에 매달려 하루 다 보내고 퇴근 시간 다 되어서야 마지막 파일 전송하고 라면 하나 삶아 아주 늦은 점심을 해결했고, 11시가 지나 저녁밥(아구 약 때문입니다)을 챙겨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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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저기 관공서 들락거리느라, 서류 갱신하고 만드느라, 기관 홈페이지로 쓸 틀 잡아 놓느라... 지난 두 달 정신 없이 바빴습니다. 삼월이 언니 어머니 말씀대로, 돈도 못 버는 일을 하고 다니느라 그렇게 바빴습니다. 돈 없고 빽 없는 놈이 단체장을 맡았으니, 그저 사심 없이 몸으로 때우는 방법밖에는 없는 노릇입니다. 추석 연휴가 겹쳤으니, 빡빡한 발간 일 맞추기 위해 원고 모집에 동동거렸어도 말들을 귓등으로 듣는지 혼자서만 몸달아 끙끙거렸더니 90%는 나았다고 여겼던 아구가 이틀 전부터 또 슬금슬금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부터 밤이 점점 짧아지는데, 그런 중에 요 며칠을 억지로 늘려 살았더니 그런 것 같기도합니다.

 비가 참 많이 옵니다.
 모처럼 밖의 기온이 안 보다 낮아졌습니다.
 오랜만에 문을 모두 열고 모기향을 피워 놓고 있습니다.
 비가 참 많이 옵니다.

 슬슬 눈꺼풀이 내려 앉기 시작하는데...
 남들 일어날 시간이 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상우-채워지지 않는 빈자리

 202409210528토
 어제는 돌아가신 아버님 생신...

 -by, ⓒ 霧刻窟 浪人 詩人 성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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