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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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ㅁ사랑방

마음을 찍다.

by 바람 그리기 2024.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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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입니다.
 오랜만에 송충이를 보니 반가웠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바라보다 보니 이미 앵두 잎을 세 개나 먹어 치웠는데 또 다른 잎으로 올라가려고 꿈틀거립니다.

 욕심이 과합니다. 그래서 심술이 났겠죠. 삭정이 하나를 주워 놈을 바닥으로 떨어냈습니다. 떨어진 놈은 몸을 동그랗게 말고 꼼짝하지 않습니다. 쭈그리고 앉아 한참을 지켜보아도 그렇습니다.

 가증스럽습니다. 부아가 치밀었습니다. 부엌으로 가서 소금 한 꼬집을 가져다가 덮었습니다. 그래도 꼼짝하지 않습니다. 내 의도가 빗나갔으니, 화가 납니다. 화단에 고인 물을 손가락 끝에 찍어 떨어뜨렸습니다. 그러고는 얼마 후에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소금물 때문인지 천적이 없음을 느낄 만큼 시간이 지났기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놈을 지금 밟으면 파란 피가 나올 텐데..."
 지렁이처럼 발광하지 않는 것에 실망했지만, 파란 피를 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내버려두고 안으로 들어갔다가 얼마 후에 나와보니 녹아서 사라졌다기에는 아무런 흔적도 없습니다. 분명 살아서 또 어느 잎을 찾아 굼실거리고 떠났나 봅니다. 우리 안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같은 시간을 공유하던 삼월이가, 내가 들어간 사이에 먹어 치운 것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비록 해충이지만, 겨울을 나고 고치를 틀었다가 날개를 펼쳐 하늘을 날아다닐 놈이었습니다. 살아 있기를 바라지만, 죽었어도 딱히 미안하거나 딱한 마음은 없습니다.
 "하고 많은 이름 중에 충(蟲) 뭐냐, 충이!"

 

☆~ 공벌레 / 성봉수 ~☆

공벌레° / 성봉수 시큰함이 침침함이 턱까지 차오른 숨이 햇살 아래 허둥거린 걸음, 모자란 그늘로 둥글어지라 ˚ 공(콩)벌레 : 쥐며느리과에 속하는 육상 갑각류. 자극을 받으면 자신의 몸을 작

sbs090607.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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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이 뭔 일이다냐?

 몇 주걱 남은 잡곡밥은 밥통 안에서 말라비틀어져 가고(사실, 열어보지 않아 상태가 어떤지는 모릅니다), 흰 쌀로만 쑨 죽을 꿀떡처럼 꿀떡꿀떡 삼키며 산 것이 한 달도 지났는데, 혈압이 오히려 떨어지다니?(아, 흰쌀밥은 혈당을 높이지 혈압이랑은 상관없나?) 맥박이 90인 것을 보면 심장이 팔딱팔딱 열심히 뛰는 것은 분명한데, 뭔 놈에 펌프가 이리 약해졌지?

 물리치료 마치고 역 광장 쪽으로 돌아오다가 흡연 부스 근처에서 담배를 먹는데, 구름의 방해로 왜곡된 빛의 산란이 멋들어집니다.

 사실은 노출값과 셔터 속도를 조정해서 수동으로 만든 의도한 색채 왜곡이지만, 딱, 내 맘이 찍힌 것 같아 맘에 듭니다.


 낮게 깔린 비구름 보자기에 덮인 도심을 바라보며 생각했습니다.

 "이 쇠락하는 구도심에 저런 마천루 하나 들어서는 것도 봐줄 만하네"

 집에 도착하자마자, 약속이나 한 것처럼 비가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왕 오는 거, 셔언하게 좍좍 좀 쏟아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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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하루를 이리 변덕 저리 변덕, 종잡을 수 없는 마음으로 보냈습니다.
 참, 이놈에 아구인지 삼차신경인지는 하루에 0.1%씩 나아지는 듯싶더니만 며칠 전부터 -10%로 빠꾸오라이 했습니다.
 
 색바래고 찢어져 날리는 '유치권 행사' 만장을 두르고 얼추 20여 년을 멈추어 선채 흉물스럽게 방치되었던 재건축 아파트가 마천루로 다시 우뚝 섰듯,
 결국은 어떤 쪽으로든 시간 앞에 답이 없는 것은 없으려니 합니다.
 담뱃값 버는 일도 손 놓고 있는 위인의 사설치고는, 도통한 현자처럼 낙낙하니 웃기는 일입니다.

 

 
 202408212804수
 박경원-만리포사랑2022
 썬데이 서울 재신 입원
 바다귀경 한 번 못하고 여름이 다 가넷.
 오늘 포스팅은 구독룝니다.

 -by, ⓒ 霧刻窟 浪人 詩人 성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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