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이 닦고
담배 먹고.
화장실 다녀오고.
커피 마시며 담배 먹고.
-먹는 동안 냉장고 부대찌개 냄비에 쏟아 데우고.
부대찌개와 깍두기와 백김치에 아침밥 먹고.
-먹는 동안 냉장고 북어 미역국 쏟아 데우며 냉동실 묵은 토란 줄기 두 봉 따신 물에 담가 놓고.
먹은 그릇 담가 놓고 약 먹고 커피 마시고 담배 먹으며 잠시 뉴스 보다가...
토란대 녹는 동안 처마 아래 빨래 마당에 널고 평상에 널어 둔 토란대 가져다 부엌 앞에 쭈그려 앉아 삼월아와 도란도란 얘기하며 껍질 벗겨 손질하고.
손질한 토란대 삶는 동안 녹은 묵은 토란대, 올리브유 두른 냄비에 간장과 다시다와 미원 넣고 달달 볶다가 정종 질펀하게 둘러 뜸 들이고 나서 어슷 썰은 파와 편 마늘과 소금 한 꼬집 넣어 빡빡하게 졸여서 불 끄고 들지름 반 수저와 통깨 뿌려 뒤적거려 찬기에 덜어 놓고.
토란대 볶은 냄비에 밥 반 주걱 덜어 썩썩 비벼 굴젓과 함께 점심 먹고.
커피 한 잔 먹고 먹은 그릇 설거지해 치우고.
설거지 마치며 쌀 다섯 곱부 덜어 씻어 놓고.
마당에 펼쳐 놓은 토란, 신문지에 두 봉으로 덜어 싸고 위생 팩에 넣어 샘 냉장고에 넣어두고.
깍두기 담고 물 부어 놓았던 다라 씻어 치우고.
알랑방구 떠는 삼월이 까까 하나 주며 마주 앉아 담소 나누다가 씻고.
서류 챙겨 세무서 가서 업무 보고.
물리치료 받으러 가면 딱 맞는 시간인데,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어스름 해 지는 천변 둑길 아래 어슬렁 한 바퀴 돌고 커피 한잔하고.
간단하게 술밥 먹고 나와 커피 한 잔 더 하고.
집에 돌아와 큰 애가 덜어 놓고 간 굴 무침에 마지막 남은 밥 반 주걱 썩썩 비벼 배부르게 먹고.
커피 한 잔 또 먹으며 어깨 약 먹고.
이렇게 하루가 갔다.
여섯 시 반.
김수미 아줌마 욕 알람이 울리기 훨씬 전에 눈을 뜨고 뭉그적거리며 생각한다.
"누울 자리 가리지 않고 누울 때 맞추지 않고 그냥 이렇게 쓰러져 잠드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규범과 관습으로 구획된 평상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내 이 나이에 이렇게 누구의 간섭도 없이 원초적 본능에 충실하며 개처럼 쓰러졌다 깨날 수 있다는 게, 어찌 보면 대단히 행복한 일이다"
어스름 천변을 걸으며 생각한다.
"의리"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도록 모욕적인 말이지만, 구태여 잡고 있는 인연에 다른 구실은 없을 게 사실이다. 그래도... 언제부터인지 "구태여"의 말뚝부터 이어진 관계를 잡고 있다는 것은, 참 모욕스러운 일이다. 대단한 측은지심이나 자비로 여기고 있을 오늘의 그 메마른 감정으로부터 말이다.
0
202411212534목
Pete_Tex-Tuff2023/바람그리기
'낙서 > ㅁ안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 끼 다 먹은 날, 비 나리는 오밤중... (0) | 2024.11.26 |
---|---|
잉영겨? 안 잉영겨? (0) | 2024.11.24 |
누옥(陋屋)으로의 복귀. (3) | 2024.11.14 |
날도 춥고 여차저차... (1) | 2024.11.08 |
이틀 같은 하루. (0) | 2024.11.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