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저녁에 늦은 점심으로 라면을 막 삶았을 때, 걸려 온 전화.
술밥을 먹고 돌아오다가, 구도심으로 건너서는 철로 위 육교에 잠시 멈춰서 담배를 문다.
"미팅을 단 두 번 밖에는 해보지 못한 대학 4년이 억울하다"던, 조금 전 친구의 푸념을 떠올린다.
"자기가 점찍은 짝이랑 연결되지 않았다고 빵 몇 조각 먹고 서둘러 미팅을 파투놓았던..." 새 주막거리 황 뭐시기 놈이 떠올랐다. 지금 생각해도 참 웃기는 놈이다. 한 명이 모자란다는 하소연에 끌려 나가 혼자만 다른 교복을 입고 뻘쭘하게 앉았다가 싱겁게 뒤돌아섰던 내 유일무이의 미팅. 그때 마주 앉았던 하얀 교복의 C 여고 단발머리 가시내들, 지금은 모두 할머니가 되어있을 텐데...
기억은 도대체 어디에 꼭꼭 숨어 있다가 이렇게 불쑥 나타나는 걸까?
바람을 가르며 빠르게 가고 오는 기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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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식 웃음 한 번 웃고 발길을 옮긴다.
(이누마, 평생 한 번 뿐인 나도 있어! 그나저나 그 황가 놈은 어디서 어찌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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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도 없이 사라진 기차처럼, 40여 년이 번개처럼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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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남도 땅을 딛고 잘생긴 탑 아래 감탄하고 있던 주말 동안, 이곳은 엄청 추웠단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문을 밀치고 들어서 바깥 변소를 확인하니 정말 그랬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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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 꼴을 보니, 배수관부터 거꾸로 얼었으니 정도가 대단했던 모양이다. 드라이기로 인입 라인을 붙잡고 한 시간쯤 씨름하다 실패하고 가래로도 못 막을 일 생기기 전에 전열기를 켜 놓고 들어왔다.
정확히 한 시간.
"하"
수도는 몸통이 터지고, 앵글밸브도 터졌다.
애이, 겨울 다 지나고 일거리 생겼다.
202502102635월
Paul Anka & Bobby Vinton - Puppy Love _Put Your Head On My Shoulder _Mr Lonely MIX 2025
지금 이 시점에, 영화 그로잉 업이 떠오르는 건 맞어? 안 맞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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