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의 길
본문 바로가기
낙서/ㅁ안방

여백의 길

by 바람 그리기 2025. 2. 7.
반응형

 

 약 타러 병원 다녀오는 길.
 바람이 어찌 맵던지 모른 척 그냥 들어오기 아깝다.

 찻집에 홀로 앉아,
 하늘이 무겁게 내려앉은 이 오래된 도시의 역광장과, 닿고 떠나는 기차에서 내려 총총히 사라지는 사람들을 한 시간 남짓 바라본다.

 바람에 등을 떠밀리며 오래된 집 마당에 들어섰을 때,
 어쩌면 이 계절의 마지막 수태(受胎)가 만삭의 몸을 풀기 시작한다.

 어젯밤(이거나 오늘 새벽), 그 오밤중.
 자리에 누워 잠을 위한 의식, 유튜브 숏폼을 비몽사몽 긁어 올리는데.
 유명인의 라이브 방송이 알고리즘에 떴다.
 "이 양반은 이 시간에 잠 안 자고 뭔 라이브랴?"
 도대체 무슨 콘텐츠인지 궁금해 시청하기를 누르고 들어가니 이어서 바로 뜨는 팝업창.
 [ 이 방송에 참여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
 뭐, 대충 이런 질문에 서너 가지 예가 나열되어 있는데, 첫 번째인 "①그냥 지나가다가"를 누르는 동시에 들려오는 진행자의 맨트.
 "구독자이건, 심심해서이건,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건..."
 "라이브 방송에 있으려면 있고 아니면 말고"라고 해석되는 그 귀찮은 듯한 표정이랑 맨트가 어찌 천연덕스럽던지, 잠이 번쩍 깨며 웃음이 팍, 터져 나온다.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달게 된 댓글 "ㅋㅋㅋㅋㅋ"
 댓글을 달고, 그 댓글이 순간적으로 채팅창에서 밀려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이어지는 진행자의 맨트.
 "성봉수 시인 오셨네요. 제가 사주 좀 봐 드릴까요?"
 그러고는 숨 한 번 들이킬 뜸을 들이더니만,
 나이에서부터 발간한 시집까지 내 신상을 줄줄 읊는다. 아마 숨 한번 들이켤 그 시간에 포탈 검색창을 두드렸던 것으로 추측되는데...
 "아이고, 이게 뭔 일이랴!"
 이 모든 과정이 2~3분 안에 순간적으로 펼쳐진 상황이니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오늘 지난밤이 생각나 검색하니, 내 또래쯤인 거로 생각했더니 나보다 어리다. 배우로, 텔렌트로, 라디오 진행자로... 한 시절 잘 나가던 연예인. 부부 문제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그 예인. 그 예인이 지금은 신내림을 받은 모양인데... 지난밤을 생각할수록 얼굴이 달아오르고 당황스러우니 원...

 전혀 예상 못 했던 발가벗김을 겪고 떠오른 생각.
 "나는 내 실체보다 과대 포장되었거나, 내 실체를 내가 과소평가하고 있거나..."

반응형

 찜찜하던 데로, 뒷말이 많은 "까보중 AI" <딥시크>
 어젯밤 일도 있고, 여차저차 계정을 지우고 앱을 삭제했다.
 -그리 따지면, 다른 시스템들이라고 다를 게 무언가?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중공'이 영 찜찜해서.
 며칠 전부터 스팸메일이 정신없이 쏟아져 들어오는데, 도대체 어디서 틈이 벌어진 건지 살펴봐야겠다.

 

 
 202502062842목
 Bee Gees-Don't Forget To Remember
 약/ 에소프레소/ 두부/ 밥/ 청국장/ 속쓰림/ 그제 미녹시

 모처럼 좋은 음악을 듣는다.
 즐겨 듣는 음악 역시 시류 따라 변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뒤에 떨궈 놓고 흘러가기엔 너무 아깝고 미안한 곡이다.
 음악을 들으며 떠올리는, 박원웅. 황인용. 김기덕. 이종환...
 그리고 그 시간 속에 복닥거리던 성씨 남매들.
 그리고 지금 내 그 시간 안에 있는 우리 아이들...

그대가 나를 불러 구름이 되고
구름은 비가 되고
비가 흘러 바다가 되었다
바다는 구름에 닿아
다시 그대가 되어도
 

★~詩와 音樂~★ [ 시집 『너의 끈』] 당신의 바퀴 / 성봉수

당신의 바퀴 / 성봉수 당신 안에 가엾지 않은 것이 세상 어디 하나 있습니까 일출도 석양으로 지고 오월의 푸름도 구월의 낙엽이 되고 내가 있어 존재하는 어느 것 하나 제 혼자 살아지는 것이

sbs150127.tistory.com

-by, ⓒ 행복한 봉수

반응형

'낙서 > ㅁ안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로부터의 최면  (0) 2025.02.14
똥물 속 커피, "휴식 끝! 잠수!"  (0) 2025.02.12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  (1) 2025.02.03
기우(杞憂)  (1) 2025.02.02
혹부리 영감 이야기.  (0) 2025.01.3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