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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길을 떠났다.
떠난다는 것은 시간의 토막으로 존재하는 실존에는 지극히 당연한 순리이다. 취사선택이 허락되지 않는 냉엄한 필연이다. 그 당연함에 우르르 밀려가기도 하고 쓸려가기도 하지만 누구 하나 부정하지도 않을뿐더러 인식 조차 못 하고 천연덕스럽게 흘러간다. 그것은 마치 지구별의 어마어마한 자전이나 공전 속도에 들어앉아 있으면서도 기실은 먼 하늘을 보며 영원한 정지의 순간인 것처럼 착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모두가 떠난 그 자리에 버티고 서서 시간을 역류하고 있었다.
휩쓸리거나 떠밀려 나는 이만큼 걷고 있는데,
거기 또 다른 내가 그때의 그 길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모두가 떠나버린. 심지어 나마저 떠나버린 그 고개 위에,
이렇게 기억의 하늘에 멈춰 서서 그날의 거기를 뜨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문득,
"나를 거기에 그냥 내버려두고 이대로 가고 있는 것이 옳은가?"의 의문에 사로잡힌 것이다.
거기 인적 없는 황량한 고갯마루에 여태 혼자 앉아 있는 나를 보게 된 것이다.
내버려두기에는 측은하고, 끌고 가기에는 매몰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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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부 현장.
새롭게 핀 꽃을 마주하며 그때의 꽃을 떠올리다가 거기에 웅크려 앉아 있는 나를 생각하는 것이다.
202504162418수
送歌-mix
슬프도다...
-by, ⓒ 거기의 봉수에게 여기의 봉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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