똬리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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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똬리 유감.

by 바람 그리기 2022.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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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며 밤을 날 땐 본의 아니게 취침나팔 역할을 하는 06:30분 알람. 잡부 나가는 날을 제외하고 요즘엔 원래의 설정대로 기상나팔 역할을 하는 날이 대부분이다. 언제부터인지 생체 리듬, 생활 습관이 아침형 인간으로 바뀌게 되었는지 확실치는 않지만, 헛바퀴를 돌아 바뀐 낮과 밤. 다시 한 바퀴를 돌아 제 자리를 찾으려면, 체력적 부담을 감내해야 할 만큼 의도된 결단이 필요한 일인데. 그런 수고를 부를 만큼 목숨처럼 그리운 얼굴도 잊혀가거니와 내 지금에 대한 불만은 헛된 욕심의 투정일 뿐이고 그렇다고 자성과 관조의 깃발을 깁기엔 아직 어둠의 바닥에 어푸러지지 않은 설익은 얼치기이니.

 문을 열어 놓고 마당을 한 바퀴 돌고 들어와 간밤의 뉴스를 보며 꼼지락거리다 보니 8시가 넘었다. 밥벌이로 한주 고군분투한 가장과 대주에게 휴일 아침 여덟 시는 한밤중인 건 당연한 일인데, 이제나저제나 바깥채 기척을 기다리던 삼월이가 지친 모양이다.
 현관 댓돌에 쪼르르 올라서 좌정하시는 뒤통수에 '삼월아, 두 시간은 더 있어야 해. 어쩌구저쩌구...' 듣거나 말거나 중얼거리는데 귀가 가려웠는지 대가리를 발딱 세워 바라본다.

 

 눈이 마주친 김에 이번 달 구충제를 먹였다.
 지지배, 까까 주는 줄 알고 좋아했다가 혓바닥 밀어내느라 용썼다.


 "뿌다다다"
 정확하게 아홉 시가 넘으니 옆 건물에 콤프레셔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
 '이런 염병! 일요일까지 나와서 ㅈㄹ여!'
 그래도 일요일이라고 공사 시작 시각을 두 시간 늦춘 것 같아 양심은 있는듯한데, 직장인들 보통 10시까지는 주무시고 아점들 잡수시지 않나?

 시 「교동, 옛 거리에 쏟아지는」

 

★~詩와 音樂~★ [시집 『검은 해』] 교동, 옛 거리에 쏟아지는 / 성봉수

 교동, 옛 거리에 쏟아지는 / 성봉수  “아, 아, 오늘은 대청소의 날입니다”   아침저녁으로 정씨가 방송하던 문화원 아래 딸 부잣집에서 길을 건너면 평생 일만 하던 큰 공 서방 

sbs150127.tistory.com

 원래는 문화재단 공모 사업에 선정된 무슨 단체(... 가 뭐였는지 생각도 안 나지만)의 요청에 끄적거린 글이었는데, 캘리 작가(?ㅍㅎㅎㅎ)가 족자로 만들어 해당 자치센터(구사무소? 동사무소?)에 기증하는 사업. 풀어쓴 글들로 교동에 있었던 옛 읍사무소(이전 군청) 건물을 농담과 글자 크기를 이용해 그림으로 제작하라 했더니... 캘리 작가님께서 난색을 표하신다며 간단하게 줄여달라 몇 차례 부탁해 온 것을, '아니면 마쇼'라고 거절했던 시.
 경구에 가깝도록 독자의 공감대 배려 없이 함축하는 거야 내 시의 전형이니 줄이자 치면 일도 아니고, 더군다나 대상을 정해 놓고 쓰는 이런 시야 발가락으로 써도 될 일이다만, 명색이 지역을 대표하는 캘리작가라니 손장난 하지 말고 제대로 된 작품 하나 남기라는 의도였는데. 아무튼 그렇게 던져 놓았는데, 한 장소가 시간 따라 바뀐 여러 이름으로 중첩돼 표현되었으니, 이 거리에 최소 2대 이상 살지 않았으면 해독 불가. 그러니 어디 문예지에 낼 성격의 글은 아니고 그렇다고 그냥 버리기엔 글 안에 담긴 암호들이 아까워서 3 시집 『검은 해』에 수록했던 시. 
 그 시 말미 "<신진 오토바이>가 있던 노 씨네 건물"이 팔리고 요즘 리모델링이 한창인데, "누님 동생 아버지 어머니"께서 떠난 것은 물론이고 "월선이 엄마 탁주 집"에 건물 새로 짓고 이웃으로 오래 사셨던 충남 유리 아저씨를 비롯해 이웃 어른들도 하나둘 세상을 뜨시고 이젠 건물마저 주인이 바뀌는 시절이 왔으니 심사가 복잡하다. 이런 유(행사 시)의 시는 양심상 작품으로 드러내지 않는데(고료는 오히려 짱짱하지만-오늘 확인하니 한글 파일도 남겨 놓지 않았네) 오늘은 왠지 똬리 틀고 앉은 이 복잡한 마음을 누가 좀 알아주십사...


 "뿌다다다"
 오랜 친구가 2000만원짜리 중고 오토바이를 타고 멀리서 왔다.

 

 "익숙해지면 텐트챙겨 와이프와 함께 전국일주"
 나 또한 총각 때 그런 맘을 먹은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여건이 된다해도 그럴일 0.001%도 없는 "한 손으로 손뼉치는 이야기"
 '원한 곳에 90%는 도착했으니 나보다 니가 나은 놈이다"
 커피숍에서 나와 떠나가는 뒷모습을 보면서야,
 집에 잠깐 들어왔다 가란 말을 못 한게 맘에 걸리네...

 

 

 

 
 202206262848일
 비 오신다
 파김치 된 파김치 찌꺼기.
 부서진 미역 탑시기.
 빨간 국, 맑은 국 끓여 놨으니 한동안은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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