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든 개.
본문 바로가기
낙서/┖ 끽연

바람 든 개.

by 바람 그리기 2022. 9. 18.
반응형

 

 

 

 삼월이 ㄴ,
 식구들이 출근하고 빈집(나는 영양가 없는 투명 인간이니)이 되고 나면,
 종일 우리에 칩거하고 누가 들고 나건 식음 전폐하고 꼼짝 않는다.



 이 미친 ㄴ의 가관인 모습을 보자니 유구무언이다.
 그러다 지 언니와 셋째 몸종이 집에 들면 언제 그랬냐는 듯 꼬리를 팔랑거리며 바깥채 식탁 아래로 마당으로 옥상으로 뒤꿈치에 매달려 보낸다.

 어제오늘,
 식구가 모두 집에 있으니 지 언니 똥구멍에 매달려 신이 났는데,
 당장 내일부터 또 일주일을 어찌 지낼지 걱정이다.




 마당이 있으니 집 안에 갇혀 지낸 것도 아니고, 사람 먹고 남은 잔반으로 먹이를 준 것도 아니니 천하게 대한 것도 아니고,  비 피하고 추위 피하고 집안 신발이며 오만 잡동사니 물어다 쌓아 놓는 혼자만의 사생활이 보장된 처마 아래 제집도 있고.
 그것이 제 세상으로 인식하고 만족하고 잘 지내던 ㄴ에게 어쩌다 세상 밖 헛바람을 들게 했는지 모를 일이다.
 종일 앓아누울 정도이면, 이젠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단단히 바람이 든 모양인데,
 측은지심으로 챙긴 배려가 과연 삼월이를 위한 것이었는지...

 바람 든다는 것,
 과연 시간이 흘러 그 구멍이 메꿔질 수 있을까?

 내 방의 이름은 바람 그리기다.




 삼월이 ㄴ!
 종일 지 언니 똥구멍에 매달려 졸졸 따라다니는 것을 보고,
 이해 불가이던 "개새끼 업고 다니는 사람"의 심리가 조금은 와닿는다.

 바깥채 화장실을 다녀오며, 발아래 삼월이를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커피 마시고 있는 삼월이 언니에게 그랬다.
 '차라리, 포대기로 업고 계셔!'



 삼월이 언니 어머님께서 아이들 어릴 때 가라사대,
 "은정이는 애들을 혼내키도 않구 정말 사랑으로 길러!" 하시더니.
 삼월이 업은 모습이 참 잘 어울린다.

 

 
 The_Ventures-Wipe_Out.
 태풍이 올라온다더니 종일 바람종이 요란하다.
 하루, 정말 후딱 간다.

-by, ⓒ 詩人 성봉수

 

 

반응형

'낙서 > ┖ 끽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03:36  (0) 2022.09.26
빙의(憑依)의 까닭.  (1) 2022.09.21
직관(直觀)  (0) 2022.09.17
맛난 날.  (0) 2022.09.05
어쩌나...  (0) 2022.09.0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