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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고 치우고 어머님 세안하시는 것을 지켜보고 안으로 모셔,
물에 담가 놓은 도라지를 젊잖게 찢어 놓으시라 양푼을 건넸습니다.
제수를 칼질하고 다듬어 밑간해서 한쪽으로 정리해 놓고,
마당 그늘 쪽에 앉아 미소라 히바리의 흐르는 강물처럼을 듣습니다. 볕이 참 따갑네요.
오늘 자정이 되면 고조부님 제사를 모셔야 합니다. 마침, 어머님 투석일정이 겹치지 않아서 준비에 여유롭고 한가합니다.
그래서 그 한가함이 약간의 불안함으로 다가옵니다. 뭔가 꼭 해야 할 일을 잊고 있는 것 같은.
그대,
그 불안함의 원인이 그대의 기억을 애써 놓고 있는 의도된 외면 탓이 아닌가? 잠시 생각해 봅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기억의 모든 굽이도 흘러가며 정화되어 물이 되고 있겠지만,
가끔은 연한 커피의 시큼함 같았던
시원한 맥주의 첫 모금 같았던
잘 구워진 고등어 살과 함께 넘기던 칼칼한 소주 같았던
물이 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아련함이
가슴 먹먹하게 떠오르곤 합니다.
이렇게 한가로운 날에는 말입니다.
…….
아- 흐르는 강물처럼 잔잔하게 어느새 세월은 흘렀네
…….
살아간다는 건 길을 떠나는 것 끝도 없는 이 길을
사랑하는 이와 함께 꿈을 찾으며 비에 젖고 실패한 길이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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