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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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빈자리.

by 바람 그리기 2018.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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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그친 오래된 마당에 앉아 커피를 마십니다.

물기를 머금은 앵두 가지가 처억처억 휘었습니다.

난이 꽃을 피운지 오래지만, 이제야 코를 박아 향을 맡어봅니다.

비에 젖어 녹아들었음에도, 달콤한 향기가 부족함이 없습니다.

 

떨어진 씨앗이 다시 새 계절을 열고 있는 떡잎과, 지난 시간의 흔적을 떨구지 못하고 넝쿨 끝에 박제된 기억의 씨앗으로 맺힌 나팔꽃.

달력에 걸어 둔 어버이날 축하꽃사지 카네이션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작년 이무렵,

형제들이 모여 어머님을 모시고 식사를 했더랬죠.

어버이날이라고, 막내가 알바로 모은 돈으로 아빠 청바지와 티셔츠를 사왔습니다.

어머니가 안 계신 오늘, 선물을 받는 것도 죄스럽습니다.

 

난의 향에 감탄하시고,

다닥다닥 맺힌 앵두에 기뻐하시고,

움쑥움쑥 돋는 새순의 푸른 생동에 찬사를 보내시던....

어머님의 빈 자리가 너무 큰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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