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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여태 먹지 않았으니 아침도 아니고 점심도 아니고 아점도 아니고 애매하다.
부엌에서 두리번거리다 냉장고를 여니 새우젓이 눈에 들어온다.
윤용하 선생이 떠오른다.
어제 증조모님 기제사 올린 탕국 두어 국자를 냄비에 덜어 불 붙여 놓고, 우선 새우젓을 꺼내 마주 앉는다.
"시는 소재의 한계가 있어 오래가지 못한다"라던, 그래서 이젠 소설을 쓰겠다던,
어느 선배의 말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의 시를 생각한다.
'그렇게 남의 이야기만 만담처럼 주절거렸으니 더 주절 거릴 소재가 없는 게 정상이지...'
시인.
결국,
내 살을 쉼 없이 파 먹어야 하는 참 고독하고 외롭고 힘든 일이다.
새우젓을 꺼내다 허리가 또 뜨끔. 하, 이 지긋한 담...
내일 비 온다니 오늘은 밀린 빨래하는 날.
우선 어제밤에 담가 놓은 그지 옷부터 주물러 치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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