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일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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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성탄일 유감.

by 바람 그리기 2016.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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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장판의 온도를 최고의 8할까지 올려놓고 모처럼 꿀통에 빠져 원 없이 잠에 빠지다.

 

눈은 일찍 뜨였으나

담배를 게으르게 물고, 간밤 동안 벼락 맞은 재수 없거나 있는 놈은 없는지 포탈 뉴스를 둘러보다….

등을 지지는 온기가 아까워 다시 가면에 들다 깨다를 번복.

 

늦은 아점 후에,

오래된 마당에 앉아 빠는 끽연.

마당의 풍광이 오늘따라 을씨년스럽다. 아니, 삭막하다는 표현이 옳겠다.

 

지난 여름내 화려했던 나팔이.

선택받지 못한 씨앗이 암호처럼 박제되어있다. 부디, 사유 된 관습을 부정하고 네 힘으로 껍질을 열어, 대 우주의 운행에 올라타기를 빈다.

 

생각하니,

머리에 솜털을 벗은 이후로 성탄일에 취하지 않은 날은 어제가 처음이었나 싶다.

이 나이가 되도록, 적어도 작년까지만 해도 성탄일 아침에 크리스마스 특집 만화영화를 기다리는 설렘의 감정이 희미하게라도 남아 있었는데….

 

할머님 기일.

집안에 틀어박혀 족발 뼈다귀를 오도독거리던 삼월이가 뛰어나와 구멍 난 양말 밖으로 삐져나온 엄지발가락을 핥고 다시 들어간다.

실없긴….

 

담배 한 대 더 빨고,

도라지 찢으러 들어가야겠다.

손이 시리다.

 

하늘엔 영광

땅엔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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