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흠 없이 잘 보냈다.
저녁 먹고 책상 앞에서 앉았다가 나도 모르게 꾸벅꾸벅 절구질.
잠이 모자란 채로 하루를 보냈으니 피곤했나 보다.
명절에 밖으로 나돌지 않은 날이 처음이지 싶다.
그래도 이 낯선 정적이 나쁘지 않다. 아니, 평화롭기까지 하다.
누구와 무엇과도 엮이지 않고 오롯이 혼자인 지금.
삭힌 홍어의 뒷맛 같이 내 안에 스르렁 번지는 이 행복한 쓸쓸함...
어쩌면 그 안의 내가, 내 앞에 발가벗은 진실함 인지도 모르겠다.
늘 읊조려왔던 바로 그 천형(天刑)의 실체.
20201001목2452추석
Caetano Veloso - Cucurrucucu Paloma (From the Movie "Hable con ella")
*언듯 기억나 메일을 열어보니 마감일이 다가온 청탁서. '한편 뒤적거려 보내줄까...'잠시 생각하다 그만두기로 했다. 시답지 않다. 퇴주 모아 놓은 걸 한 모금하고 잘까 어쩔까? 픕, 퇴주가 남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손이 참 귀한 집안이긴 하다.
*음악이 너무 좋다. 지금 이 시간, 이 공간의 나를 위한 선물 같다.
Cucurucucu Paloma · 3rd Line Butterfly
/바람그리기>
Cucurrucucu_Paloma-mix-Caetano_Veloso-3rd_Line_Butterfly
그만 울어요 비둘기여
사람들은 말하네
그는 밤마다 오직 슬프게 울기만 했다고
사람들은 말하네
그는 먹지도 않고, 마시는 것만으로 겨우 연명해 나갔다고
그녀를 향한 그의 비탄에 찬 울음은 하늘을 감동시켰고
그는 죽을 때까지 그녀를 부르다 갔네
노래하다 신음하고, 또 노래하다
가혹한 열정 때문에... 그는 죽고 말았지
이른 아침 비둘기 한 마리 날아와
슬픔에 찬 목소리로 노래하고 있네
빈 집의 열린 창가에 앉아 노래하는
짝 잃은 비둘기 한 마리,
그 비둘기가 그의 영혼이 아니라면 그 무엇이겠는가,
그는 지금도 그녀가 되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을 테니.
(꾸꾸루꾸꾸)
비둘기야, 울지 마라
사랑에 대해 더 무엇을 알 수 있겠니!
(꾸꾸루꾸꾸)
비둘기야 이제는 울음을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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