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채 안방의 뒤창은 365일 볕이 들지 않는 곳에 나 있습니다.
그래서 그 북쪽의 창을 열면 언제고 시원한 골바람이 들어옵니다. 아무리 더운 날이라도 그 창의 문턱을 넘어서는 바람의 8할은 그렇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 창으로 더운 바람이 훅훅 불어옵니다.
달궈진 양달의 기온이 북쪽 응달의 골에까지 밀려들도록 밖의 기온이 평상의 수은주를 차고 넘었다는 말이겠지요.
그래서 오늘은 몇 번을 서성이다가 아예 그 창을 닫아버렸습니다. 참 드문 일입니다.
삼월이는 혀가 마당에 질질 끌리도록 헐떡거립니다.
얼마나 힘이 들면 반나절 사이에 대가리가 반쪽이 되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모를까, 병이라도 날까 염려스럽습니다(사시사철 마당 가이니 그럴 염려야 없습니다만).
털을 뒤집어쓴 짐승으로 태인 것도 다 제 업의 결과이겠지만,
딱한 마음에 선풍기를 틀어줬더니 배를 쪽 깔고 오수에 들었습니다.
근디, 산기라도 있는 것처럼 왜 저렇게 헐떡거리는 겨?
원래는 점심 먹고 일 보러 나갔다 올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삼월이가 혀를 뽑고 헐떡거리는 데다가 안방 창으로는 더운 바람이 몰려들어오니 오늘 같은 날은 그냥 집에서 자반 뒤집기나 하는 게 현명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은 급하지 않은 일 때문에 밖에 나섰다가는, 되돌아온 후 이런저런 물값이 더 들게 생겼습니다.
그래서 자반 뒤집기를 하며, 어제 들인 어항에 조명과 수초를 찾아 미로를 따라 꼬리잡기를 하며 보냈습니다. 불빛이 없으니, 얘들이 움직이지 않는군요. 그렇다고 형광등을 대낮부터 틀어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어차피 조명은 필요한듯싶어서요.
봉수가 들인 저 용궁.
바다에 닿아 있는 것 아시죠?
바다는 하늘과 닿아 있고,
그 하늘로 당신과 닿아있다는 것도요.
오늘,
더위에 정말 애쓰셨어요!
"
이 더운 날 길 떠나는 이여,
내 바람 한 올 손가락에 걸고 가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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