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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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시간의 뜰.

by 바람 그리기 2022.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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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 북적이며 함성 지르는 곳에 잠시 머물기도 했고, 어차피 처방 약 타러 들린 김에 혹시 몰라 함께 챙겨 온 코로나 자택격리 상비약.


위장약은 병원 약 처방받아 먹고 있는 것 있으니 빼고.
종합 감기약은 나머지 약 다 먹으면 똑같은 효과일 테니 빼고.
그러고도 5개나 된다.
종류별로 한꺼번에 다 섞어 먹어도 이상 없다고 확인 받았지만, 보기만 해도 간에 미안하다.


볕이 너무 좋아,
역 광장 쪽으로 돌아 담배 한 대 먹고 귀가.


대문을 밀치고 오래된 집 마당에 들어서는 순간, 조금 전의 세상과는 유리되는 현실.
그 좋은 볕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는 웅덩이 속 같은...
내 어린 기억의 마당 끝 화단엔 온갖 꽃 위로 따사로운 햇살이 늘 부서지던 눈부신 남향집.
방향도 집도 그대로인데,
더는 남향집이라 말하기 민망하도록 둘러싸인 이웃 건물에 하루 7할은 볕이 비껴 누워 있는 마당.


볕이 모자라 아쉽긴 해도 넘치지 않고 모자라지 않는 딱 그만큼의 정률로 사계절이 머무는 곳.
어쩌면 벼랑 아래 제 자리를 맴도는 물결처럼,
대(代)의 시간이 공전(空轉)하는,
꼭 지금의 나 같은,
정체 혹은 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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