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파도 속 유체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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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시간의 파도 속 유체이탈.

by 바람 그리기 2022.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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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토요일.
 아침 일찍 사전투표를 마치고 돌아온 나에게 종일 걸려 온 전화들.

 

 "투표하셨어?"
 독려할 사람한테나 해야지, 나를 참 띄엄띄엄 아는구나...


 일요일.
 볕이 따갑기 전에 아침 일찍 종종거리고 서둘러 된장을 가르고.

 주워 온(정확하게는 버리고 간) 컴퓨터용 스피커.
 5.1 채널인 듯싶은데 우퍼와 보조 스피커 두 개만 남았다. 우퍼가 있으니 지금 쓰는 것보다야 나을 듯싶어 일삼아 벌리고 앉아 꼼지락거렸다.

 

 노트북과 PC에 연결해 쓰던 다이소에서 산 두 개의 5,000원짜리 스피커 선을 잘라 연결 잭을 만드는데, 소면 굵기만 한 피복을 벗기고 실오라기 같은 전선을 연결하는 일이 침침한 눈 덕에 여의찮다. 그런 내 모습을 내 밖에서 바라보니 갑자기 짜증이 확 난다.
 "명품도 아니고, 이까짓 거 돈 십만 원이면 살 것을 이 청승을 떠니? 참 푼푼하게 산다!'
 어쨌거나 꾸역꾸역 임시방편으로 연결해 놓고, 제대로 된 잭을 주문했다. 고급형으로 배송료 없이 오천 원 남짓이다.

 늦은 저녁을 먹고 티브이 앞에 앉았다가 잠들었는데 손등이 가렵다.
 잠결에 벅벅 긁으면 긁을수록 가려움이 몸 전체로 번진다. 짜증이나 도저히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확인하니 엄지손가락 근처를 모기가 뜯어 잡수셨다. 침을 바른다.

 

 작년에 쓰다 개미 오줌만큼 남은 모기약. 기화기에 연결된 상태로 일 년을 묵었으니 약효가 없으리란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런데도 새 약 두 개를 사다 놓고도 그 개미 오줌만큼 남은 것을 쓰고 교체할 생각으로 청승을 떨다 뜯어 먹혔다. 그런 내 모습을 내 밖에서 물끄러미 보자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너 참, 사는 꼴이 푼푼하고도 주접이 풍년이구나!"
 내 밖의 내가 나를 벌떡 일으켜 새로 산 것으로 두 개 다 교체하고 전등과 티브이를 끄고 다시 누웠다. 신기하게 그대로 잠들었다.


 어제. (장독 유리 뚜껑 4개, 샷시 경첩)
 술의 순서가 바뀌었다.

 

 모처럼 소맥 대신 맥주만 먹었다. 그리고 자리를 옮겨 도ㅑ지 짜그리에 쏘주. 커피로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다 마주한 창 안의 친구.

 

 설거지를 하는 모양인데, 표정 없는 그 모습이 마치 예불이라도 드리는 것처럼 어찌나 엄숙한지 나도 모르게 한동안 멈춰서 바라봤다. 바라보다 돌멩이를 벽에 던지는데 알아채지 못한다. 크기를 점점 키워가며 쉰 개쯤 던졌을 때, 함께 귀가하다 편의점에 들른 친구가 돌아왔다.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 캔맥주를 따고 잠시 앉아 두런거리다 헤어져 집으로 돌아온다.

 스킨로션이 떨어진 지 얼추 한 두어 달은 되었을까?
 막걸리 먹을 돈은 있어도 무슨 이유에선지 그것 주문할 마음의 여유가 없어 차일피일 미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개수대 앞에서 엄숙하게 설거지 참선하던 친구가 준 화장품이 구질구질 사는 그놈 손에 들려 있다.


 오늘. (잡곡, 라면, 2층 샷시문 수리)
 어머님이 앉으셨던 자리. 그 흔적이 지워졌다.

 어머님도 이제 내 기억의 거울 밖으로 떠나시는 것 같은 맘. 서운하다.

 노 씨네 옆 건물도 얼마 전 서울 사람에게 팔렸고...
 썰물이 되어 떠나갔다 하나씩 하나씩 거품이 되어 돌아오지 않는 시간의 파도를 본다.

 오후 늦게 주문한 잭이 도착했다.
 소리가 만족하고 넘친다. 행복하다.

 

 

 

 
 202205312826화
 Gary Moore-Parisienne Walkways
 밤 참 짧아졌다. 벌써 날이 밝네...

 

 

☆~詩가 된 音樂~☆ Pennsylvania Polka / Frankie_Yankovic & His Yanks

Pennsylvania Polka  Strike up the music the band has begun  The Pennsylvania Polka  Pick out your partner and join in the fun  The Pennsylvania Polka  It started in Scranton. It's now numb..

sbs150127.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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