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물안궁" 이것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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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안물안궁" 이것으나~

by 바람 그리기 2022.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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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
 여기저기 다닐 곳이 많은 바쁜 날.
 전날 운명한 착했던 친구 문상을 위해 조복을 갖춰 입고 아침 일찍 나섭니다.
 '이게 뭐랴?'

 

 차문을 여는데 햇살이 차오르는 뒷좌석에 덩그러니 놓인 먹다 만 방울토마토와 뜯지 않은 단무지.
 '하...'
 대리운전까지는 이상 없었는데, 강가 술자리에서 남은 안주를 끌고 온 기억이 없습니다. '이거, 또 개 돼서 기억에 없는 염병 떤 건 아닌지 모르것네...' 어쩔 수 없이 잠깐 걱정은 되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어쩌겠습니까? 실수를 했다 해도 "기억 없으니 배 째"라는 답 밖엔 할 말이 없으니 그냥 툭, 털어버리고 차에 올랐습니다.
 아무래도 전날 간담회에서 만난 일행 몇 분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또 노열이 아저씨가 된 모양입니다.


 오후, 축하객으로 함께한 인근 도시 성당에서의 결혼식.

 

 참석할 때마다 요즘 달라진 결혼 풍속에 짐짓 당황스럽곤 한데요, 성당에서 치르니 경건하고 엄숙할 거라는 예상이 이번에도 여지없이 무너졌습니다.
 신랑 본인이 사회를 보고 신부를 위한 축가를 부르고 거리낌 없이 입맞춤하고 포옹하고.
  '노래 부른 용기가 참, 가상하다'
 하객 모두가 환호와 박수로 응원하며 웃음바다에 빠지게 만든, 거의 음치 쪽에 가까운 실력으로 부른 축가가 대박이었습니다.


 저녁,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갖은 또 다른 인근 도시에서의 다섯 친구와의 만남.

 

세 컷중에 세명 모두 눈 뜬 건 이거 한 컷이니, 아이고 뇬네들 ㅋㅋㅋ

 고등학교 '지진아 반' 동기들인데요, 하숙집 골방에서 생라면에 막걸리를 먹던 친구들입니다. 구르고 뒹굴던 뿔 달린 망아지들은 간 곳 없고 어느덧 시금털털한 노인들만 남았습니다. 행색도 대화의 주제도요. 
 제 "노인"이라는 표현에 한 친구가 "장년"이라는 반론을 제기했는데요,
 'ㅇㅇ이 아버님 우리보다 젊은 57세에 돌아가셨다. 그때 기억에 ㅇㅇ이 아버님 모습이 어땠니?'
 "... 할아버지였는데..."
 반론을 제기했던 친구가 눈을 끔뻑거리며 더는 부정하지 않더군요.
 -그런데 그 친구가 얼마 전에 버킷리스트였던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샀는데요, 자빠지면 혼자 일으켜 세울 수가 없어서 아직은 큰길로 나서지 않고 동네 공터만 뱅뱅 돌고 있답니다ㅋㅋㅋ


 일요일.
 장에 가니 벌써 햇 토란대가 나왔던데요, 잎을 볼 생각으로 몇 알 심은 토란이 이제야 홋잎 하나 올라왔습니다. 아침과 오후 나절 잠깐의 짧은 볕이 드는 오래된 집 마당이지만 늦어도 너무 늦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토란이라고, 이슬을 움켜쥔 모습이 반갑고 기특합니다.

 

 인근 도시에서 있은 삼월이 언니 형부 환갑잔치에 참석하고-제 차만 떵차라 멀찌감치 세워뒀습니다.- 돌아와 해 기울 무렵 화단에 물 주다 보니 집을 비운 사이 삼월이가 여기저기 헤집어 놓았습니다. '그러려니...' 물을 주는데 '염병...!'
 삼월이 이 미친ㄴ이, 이제 겨우 실뿌리 몇 개 달린 토란을 홀딱 파헤쳐 놨습니다.
 '야이, 미친ㄴ아!'
 제 고함에 상황을 눈치채고 바깥채 식탁 아래서 알랑방귀를 뀌다 말고 후다닥 나와 지 집으로 들어가다 붙잡혀서 엉덩짝 한대 두들겨 맞았습니다.
 염병할 ㄴ....


 손흥민 선수의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의 기쁜 순간을 함께하고 나선 어제 의 잡부.
 더워 디지는 줄 알았습니다.

 

 일 마치고 오야와 시원한 생맥주 하고 돌아와 지난밤 손선수의 기쁜 순간을 어떻게 보도하는 자 궁금해 YTN을 틀고 앉았다가 씻지도 않고 그냥 로그 아웃. ㅋㅋㅋ.


 오늘은 반 대가리 잡부 마치고 돌아와 시원하게 냉커피 한잔부터 먹고(얼음도 얼려놔야겠고)

 

 작업복 누더기와 쌓아 놓은 양말과 속옷을 비눗물에 풀어놓고,

 

 옥상으로 올라가 상추 한 소쿠리 따다 강돤장찍어 배 터지게 먹었습니다.
 설거지하고 샘에 쭈그려 앉아 빨래 벅벅 문대 옥상에 널고 시원하게 물 뿌리고 커피 타서 컴을 열었습니다.

 이제 해 떨어지기 전에 빨래 걷어오며 간장독 닫고 화단에 물 줘야겠네요.
 지금 보니, 겨우내 덮었던 무릎담요 빠는 걸 깜빡했습니다.

 휴식 있는 저녁 되시길 빕니다.

 

 

 
 202205241823화

 미소라히바리-흐르는강물처럼

 

☆~ 詩가 된 音樂 ~☆(演歌) 函館の女 / 北島三郎

Hakodate no Hito 函館の女 はるばるきたぜ 函館へ さかまく波を のりこえて あとは追うなと 言いながら うしろ姿で 泣いてた君を おもいだすたび 逢いたくて とても我慢が できなかったよ 아주

sbs150127.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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