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토불이와 제철 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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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신토불이와 제철 과일.

by 바람 그리기 2016.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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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토불이에 제철 과일이 최고의 먹거리가 된 요즘의 트렌드.

이쯤이면 슬로우 푸드의 부각과 함께 '구황작물'이란 단어가 단지 사전적 해석으로만 기억되리 싶다.

비단 먹거리에 연관된 현상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모든 시류가 그런 쪽으로 가치변환을 한 것도 이미 오래다.

 

올해도 창포를 베어 삶아 놓았다.

지난 일요일, 어머님 씻으실 때 한 세숫대야를 퍼다가 머리칼을 헹구시게 했다. 애초에 그리 하였던 목적이었으니 원한 바는 다 한 셈이지. 그래, 그걸로 끝이면 그만이겠으나 내 욕심이 서운함을 불렀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또 액비가 될 판이다. 더 발효되기 전에 화단 이곳저곳에 퍼다 뿌렸다. 의자에 앉아계신 어머니는 아깝게 왜 버리냐며 끌탕을 하신다.

'엄마, 지난 일요일에 감으셨어요. 그러니 되었어요'

 

기억의 공유.

먼 훗날,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었거나, 나 없는 세상에 남겨졌을 때.

단오 무렵의 창포 향기를 맡게 되면 떠오를 기억의 생성.

그렇게, 해준 것 없는 아빠와 남편에 대한 기억 한 조각을 만들어 주고 싶었던 욕심.

하지만, 자발적 공감이 이루어지지 않는 기억이 가슴에 남겨질 일이겠나.

신토불이에 제철 과일이 좋다고 아무리 떠들어도,

어떤 이에겐 간편한 라면과 달곰한 커피믹스가 최고의 가치가 되어 살아가는 것을....

 

컨디션이 또 최고인 어머니.

오늘 하루 계획을 어찌 짜야 내 화통 삶아 먹은 목소리가 터져 나오지 않을지 고민한다.

커피가 다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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