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여 건너와서 진지 잡수시와요!"
삼월이 언니께서 발꾸락으로 쿡쿡 찔러(죽었나? 살았나?) 눈곱 매달고 오랜만에 건너가 앉은 밥상.
이밥과 멱국과 불고기와 시금치 무침과 기타 등등 냉장고 안의 먹을 수 있는 것을 모두 꺼내 놓은 진수성찬 밥상 아래, 삼월이가 맞지도 않고 태도 안 나는 옷을 입고 먼저 좌정하고 계십니다.
'이 X아! 얼른 절햐!'
내 말을 알아듣고 머쓱해서인지, 입고 계신 저고리가 답답한지, 벼룩이 굼실거려서인지 나를 올려보며 '벅벅벅'긁습니다.
'이 X아! 절하라니께! 저쪽 쳐다봐! 밥 안 넘어가! 얼른! 사진 찍을 껴?'
사진 찍는다는 말에 슬그머니 고개를 돌립니다.
도꾸, 마크, 누링이, 쭁, 순이, 방울이, 돌쇠...
이제껏 많은 반려견이 함께했지만, 삼월이처럼 2% 부족한 개는 처음이고 그런데도 여태 물 구경 한 번 안 한 X이 옷까지 챙겨 입고 안으로도 툭하면 들어와 좌정하시고 다이소 개껌을 다 잡수시고 목줄 매고 산책도 나가시고 이렇게 관심과 대우받는 개도 처음입니다.
이쯤이면 셋째 장난감이라고 해야 더 옳겠는데요,
너무 깨끗한 물에는 고기가 살 수 없다고 하듯,
사람이든 짐승이든 약간 헐렁한 구석이 있어야 사람도 꼬이고 사랑도 받고... 뭐 그런 거 같습니다.
내 오늘은 그렇기 때문이겠고요...
샘 슬레이트 지붕 위로 눈이 내리실까?
종일 곁눈질을 해도 소식 없습니다.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이제 덧창을 닫고 커튼을 쳐야겠습니다.
202212061713
김정수와 급행열차-내 마음 당신 곁으로.
음악도 좋고
담배도 맛나고
단절의 쌉쌀한 통증의 무중력도 그런대로 담담하고...
-by, ⓒ 詩人 성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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