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귀의 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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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아귀의 곡성.

by 바람 그리기 2018.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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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반.

형광등 아래서 담배만 죽이는데 속이 헛헛하다.

배가 고픈 것도 아닌데 속에서 갈바람이 구르는 것 같다.

28시 반.

뭘 좀 먹을까?

형광등 아래서 담배만 죽이는데도 속이 헛헛하다.

담배 연기에 데인 혓바닥이 까끌까끌하고, 강둑 언저리에 부는 겨울바람이 속에서 휘돈다.

29시.

밥통 코드는 볼 것 없이 뽑혀 있겠고, 소금만으로 간을 해서 먹는 소면은 멀미가 난다. 아니, 그보단 귀찮다.

29시 반.

대문을 밀치고 나선다.

도로를 들쑤시며 더러 지나가는 화물차뿐, 사위는 아직 어둠의 정적.

편의점 2층 용역사무실을 찾아 숭고한 노동의 하루를 기다리며 무리진 사람들.

컵라면과 맥주 한 캔.

배가 고프지 않으면서, 거식 병자 처럼 쑤셔 넣는 오물의 포만.

34시 오 분.

눈은 말똥거리고 해는 중천인데,

배부른 육신 안에서 어둠을 포식하려는 아귀의 곡성만 낭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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