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도화 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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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앵도화 핀 날.

by 바람 그리기 2020.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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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정이 있으니 아침을 먹어야겠는데, 뭉그적거리다가 점심이 되었다.
 아점이라도 먹고 나서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식모커피 한잔을 타 망설이다 그마저도 다 먹지 못하고 급하게 나선 외출.



 오후 늦게 일을 다 보고 집으로 돌아와, 그대로인 커피에 사 들고 온 사이다를 따랐다.
 '시원하다'
 먼지 받이로 있었건 어쨌건, 이 국적 불명의 음료로 갈증을 덜었다.


 아침까지 망울만 있던 앵도화.
 돌아오니 빗속에 툭툭 벌기 시작했다



 작년엔, 만개한 후에 비가 내려 꽃 질 것을 안타깝게 하더니,



  올핸 그 걱정은 덜 듯싶네.



 삼월이가 쫓아다니는 것을 보니 종일 끼니를 굶은듯싶다.
 퇴근한 삼월이 언니에게 물어보니 안 주고 출근했다며 한 줌을 밥그릇에 담아낸다.
 사료를 받아 놓고도 씻고 나오는 나를 따라오며 통사정하는데,
 '이 년아, 어찌 날마다 고깃국에 말아먹어! 너 돼지 됐어, 그냥 그거 먹어'
 점잖게 타이르고 안채로 건너왔다가 저녁밥 푸러 건너가며 다시 살피니,
 골이 나서 사료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우리 안에 들어가 칩거하셨다.
 많이 배고플 텐데….


 여덟 시가 찍어 달려도 저녁 먹을 생각을 안 한다.
 아니지, 아이들은 각자도생으로 지지고 볶고 요리를 해서 해결했고.
 나만 먹으면 되는데...

 찌개에 불을 댕겨 놓고 밥 퍼올 그릇을 챙기려 선반을 살펴도 국대접이 하나도 안 보인다.
 찬장을 열고 손에 잡히는 데로 그릇 하나 꺼내 바깥채로 건너가 밥을 푸고 대충 꿇기 시작한 찌개를 퍼담고.
 달랑 마주하기엔 뭔가 깔이 안 나와 반찬도 하나 곁들이고...



 참치를 넣은 김치찌개인데 청국장이다.
 이 정체불명의 섞어찌개를 비벼 놓고 바라보니 비주얼이 영 아니다.
 개밥 같기도 하고, 돼지 잔반 같기도 하고...
 하긴, 돼지는 고기라도 주고 개는 집이라도 지키지. 쩝.


 외출 길.
 배꽃, 복사꽃도 만개했고 개나리도 한창인데 아무리 이 산 저 산을 눈여겨보아도 진달래는 아직 안 핀 모양이다.
 세상이 어수선해도, 시간은 어김없이 담담하게 제 계절을 타고 앉았다.
 산을 끼고 골을 끼고 도란도란 자리 잡은 마을들.
 그 마을 입구마다 어김없이 서 있는 고목들.
 남도에서 보내준 음악을 들으며, 그 그늘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오고 갔을까? 하는 생각이….

 어쨌건, 오가는 길에 눈은 호사했다.

 마음도 조금 정화 되얐고.


 바람종이 기척 없도록 억지스럽지 않게 점점 굵어지는 빗소리.
 봄비가 정말 속삭이듯 내리고 있다.
 이 달콤하고 부드러운 귀엣말을 혼자 듣는 것이 아쉬운 밤이다.



 

 202003262706목

 Chris_Spheeris-Andalu

 낼은 병원 다녀와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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