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 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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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스텝 꼬이다.

by 바람 그리기 2020.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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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전문가적 입장에서 판단하건대, 친구 말처럼 "청계 닭"이어서가 아니라 미리 압력솥에 푸욱 고아 일차 조리해 놓은 고기이니 나 같은 이 시원치 않은 애늙은이가 먹기에는 좋다.

 여럿, 귀 꽤나 간지러웠을 만큼 구업을 쌓으며 소맥으로 목 운동 열심히 하고.


 입가심으로 차도 마시고.


 흥얼거리며 비틀비틀...
 여기까지는 좋았다.
 길을 건너서 가던지 울 낮은 담벼락 안으로 고개를 돌리지 말아야 했다.

 푼수 없이 초대하지 않은 술자리에 꼽사리 껴,
 '부어라, 마셔라. 막꼴리~'


 장판에 불을 넣어 둔 방 안의 도라에몽만 독수공방 시키고 꼭두새벽 자리에서 눈을 뜨니 속에서 천불이 난다.
 "우엑" 헛구역질이 올라오는 것이 이거 원, 아래위로 난리다.
 (뭐, 시원한 거 없나?)
 있을 리 만무하지만 괜스레 비틀거리며 서재 문을 열고 기웃거린다.

 '어! 웬 넥타-라는 말을 알아들으면 골동품이라는 증명-!. 삼월이 언니가 먹으라고 가져다 놓았나? 기특도 하지...'

  가까이 다가가 보니 라이터 가스통이다. 몹쓸 놈에 눈. 뻘쭘하다.


 화장실에 쭈그려 앉아 볼일을 보는데, 부엌 바닥에 오래 놓여 있던 아이들이 먹다 남은 콜라병이 생각났다.
 (지금도 있나?)
 안채로 건너오다 보니 다행히 있다.
 한 곱부 가득 따라 마시고 그냥 픽 쓰러졌는데, 삼월이 언니가 출근하며 숙취 해소재를 머리맡에 디민다.
 어이고...
 기분 탓이겠지만 속이 한결 낫다.

 그나저나, 술꾼 우리 큰 공주는 도대체 술을 얼마나 자시기에 숙취 해소제까지 상비하고 있는겨?



 오늘 밤부터 내일까지의 비 예보.
 '한식날 한꺼번에 하기 힘드니, 떼 몇 장이라도 사서 배낭에 메고 올라가서 부모님 산소에 보식하고 와야지'
 어제 낮에 일기예보를 보면서 생각했고, 술에 곤죽이 되었거나 말거나 오늘 점심 전까지의 변함없던 생각이다.


 "메일 안 보냈네?"
 아차...
 어제 병원에서 목 빼면서 부탁받고 알았다 했는데 깜빡했다.
 게다가, 나와 관련된 단체에 관한 것이라 여기고 별거 아니라 생각했더니 지역 전체의 자료가 필요하단다.
 헐.... 똥 밟았네...
 부실한 노구를 이끌고 컴 붙잡고 앉아
 팔자에 없는 엑셀 파일을 만들며 오후를 다 보냈다.


 비 소식이 또 언제 있으려나?
 오늘 다녀오고, 한식 전에 한 번 더 다녀오고... 그랬으면 딱 좋았겠는데. 쩝...


 만취 훗날의 이 어김없는 불안감.
 (뭐, 실수한 건 없나? ㅋㅋㅋㅋ)
 삼월이 언니 퇴청하시면 볼 것 없이 그러시것지?
 "집에 찾아 오는 거 보면 신기햐!"


 소비인간의 하루가 또 이렇게 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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