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비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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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양귀비 앞에서.

by 바람 그리기 2018.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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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을 빼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머니께서, 병원 노정의 지친 허리를 내려놓던 역 사거리의 농협 앞 화단을 지납니다. 

 

어머니께서 떠나신 후, 

기다리기라도 했듯 화단을 뒤엎고 재정비를 했습니다. 

사계절을 변함없이 쉬어 가시던 곳. 

이만 때면, 

만개한 영산홍을 마주 보며 감사의 기도를 드렸죠. 

'한해 겨울을 잘 나신 어머님께 감사했고' 

"그 고운 빛깔에 감사하셨습니다" 

재정비를 하며, 영산홍이 모두 사라진 것을 보고 많이 서운했더랬어요. 

 

오늘 그곳을 지나는데, 

몇 포기의 양귀비가 낭창낭창 바람을 그리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꽃이 되어 기다리고 계신 듯 반가워, 

가던 걸음을 되돌려 기쁨을 박았습니다. 

 

"깊을수록 서러운 게 정이라더라 어느 누가 인생살이 꿈이라더냐"

역 앞 커피숍 파스쿠찌. 

흡연실에 앉아,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던 노래. 

강병철과 삼태기의 "수수께끼"를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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