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이 어부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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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연정이 어부바.

by 바람 그리기 2016.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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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그 고난의 시절 몸담았던 온양 ○○○의 주방 할매.

영업마감 시간이 다가오면 맘이 급하다. 어느 하루, 지친 몸을 끌며 터벅터벅 계단을 내려서는데, 앞서 퇴근했던 할매가 다시 올라온다.

'왜? 다시 오셔?'

"신발을……."

헐, 얼마나 맘이 급했으면 주방 슬리퍼를 벗고 신발 갈아신는 것을 잊고 맨발로 시내버스 정류장까지 족히 500m는 되는 곳까지 가서 서 있다 되돌아오다니…….

"해주는 대로 음식 안 가리고 잘 먹는다"고 칭찬하던 그 할매. 그때가 팔순을 훨씬 넘겼을 때니, 지금은 이 세상에 안 계실 거야.

 

금요일이라 야간 투석 일정이 없는 날.

어머니를 일찍 모시고 나서려니 맘이 급하다. 씻고 건너오니 챙겨드린 옷을 다 입고 앉아 계신다. 여느 날처럼 농협 사거리 화단에 기대 지친 허리를 쉬시게 하는 동안 담배를 먹었다. 다시 서둘러 병원에 도착해 복대를 풀어드리려는데…….

헐, 이불을 덮고 있던 아랫도리를 확인 안 했다. 집에서 입던 옷을 그냥 입고 나오셨다. 병원 오는 내내 허리춤을 잡고 있었으면서도 몰랐다.

IMF 그 고난의 시절 몸담았던 온양 ○○○의 주방 할매가 내가 보고싶었나보다.

 

연정이 고교 삼 년의 농사가 끝났다.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원하는 수확을 했으니 기특하다. 아쉽다. 대기합격자 1번. S대에 복수 합격한 경우가 아니고는 포기하지 않을 학교이다 보니 기대는 말라 하지만….

혹시 아나? 설령, 대기번호가 대기번호로 끝난다 해도 이 정도면 농사 잘 지었다.

아빠 등에 업힐 기회를 놓쳐서 아쉽긴 하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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