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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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이별은 슬프다.

by 바람 그리기 2016.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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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날.

바람이 가끔 차갑게 불어도 볕의 온기는 시간을 거스르지 않습니다.

아침에야 어머님 국이 간당 거리는 것을 알았습니다.

투석이 시작되고 병원에서 바로 나와, 장어와 낙지와 생 표고 오천 원어치를 마수걸이로 넉넉하게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미역을 물에 담가놓고, 어머니 국거리를 들통에 얹었습니다.

생 표고와 불린 미역을 손질해서 한 솥 뚝딱 끓였습니다.

 

어머님 잡수시는 이밥을 크게 한 주걱 떠서 방금 끓인 미역국에 말아 삼순이와 삼식이를 배불리 먹였습니다. 삼식이는 밥그릇 안에 들어가 허겁지겁 먹고 있는데, 삼순이는 발치에서 바라보고 있는 내게 자꾸 다가옵니다.

'삼순아! 얼른 배부르게 먹어!'

 

놈들이 밥을 먹는 동안 상자에 테이프를 붙이고 끈을 찾아 준비했습니다.

그릇을 비우고 꼬리를 치며 다가온 놈들을 상자 안에 넣고 잽싸게 담아 끈으로 단속 합니다. 그러면서 힐끗 삼월이를 바라보니, 개집 입구에 턱을 괴고 눈은 반쯤 감은 채 졸고 있습니다.-에이…. 병신 같은 년!

그래도 혹시 하는 미안함에 낑낑 소리가 나는 상자를 삼월이가 보이지 않는 곳에 옮겨 놓고 내 방에 들어와 옷을 갈아입고 문단속을 하며 나서는데….

삼식이가 상자에서 빠져나와 무슨 재미있는 놀이라도 한 모양으로 내게 껑충껑충 뛰어옵니다. 삼순이는 몸의 반을 상자 밖에 내놓고 낑낑거리고 있습니다.

두 놈을 잽싸게 잡아 이번에는 단단하게 끈을 묶어 집을 나섭니다. 삼월이를 한번 쳐다보니 여전히 졸고 있습니다.

영리한 돌쇠는 이 이상한 상황을 이해한 듯 귀를 쫑긋 세우고 서서 내가 대문을 나설 때까지 꼼짝 않고 지켜봅니다.

 

"아…. 저번 장에 가져온다고 한 강아지?"

돌쇠와 삼월이도 분양받은 개장수.

"어디, 끌러봐요! 어이구, 살을 통통하게 찌웠네?. 발발이 치고는 너무 늦게 내는 건데……."

그래도 크기별 우리 중에 가장 작은 우리에 두 놈을 넣습니다.

 

오누이가 엄마 젖 실컷 빨며 넓은 마당에서 맘껏 뛰어놀고 지냈으니, 어디에 분양된들 주인 사랑 받고 잘 지내겠지요.

'아줌마, 꼭 기를 사람한테 파세요!'

"예…."

우리 안에서 온몸을 떨던 놈들의 모습이 눈에 밟힙니다.

 

백 번을 하고 천 번을 해도,

이별은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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