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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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잿빛 월요일.

by 바람 그리기 2016.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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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한 시가 넘어서며 개똥을 치우고 쓰레기봉투를 대문 밖으로 내어놓고 내 방으로 가려 현관 문을 밀치는데 어둠 속에서 들리는 소리,

"연정이 자라고 했는데요…."

'나는? 이불도 없는데 어쩌나?-그렇지 않아도 어제 그냥 쑤셔박혀 잤더니 종일 담이 들락 말락 했는데…….-'

다시 안채로 건너와 거실 카펫을 덮고 잠이 들었다.

아침, 어머님과 병원으로 나서려 옷을 갈아입으러 내 방문을 밀치니 잠꾸러기 연정이가 아기 고양이처럼 잠에 취해있다.

예전, 아빠 배 위에서 잠이 들던 그때 그 모습 그대로. 초등학교 5학년까지 아빠 배 위에서 이렇게 잠을 잤는데, 이젠 키가 질쭉한 아가씨가 되었네.

 

비가 멈칫한 때를 골라 어머님을 모시고 집을 나섰다.

잔뜩 내려앉은 하늘이 도심의 한가함을 더한다.

현충일이지...

 

병원식당에서 반찬으로 나온 돼지 주물럭을 가위로 잘게 잘라 밥을 비벼 어머님께 드리고 마주 앉아 한술 뜨는데,

갑자기 하늘로 가신 누님 생각이 난다.

밥을 먹는지 마는지,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들에 잠시 사로잡혔다.

…. 아쉬움. 서운함. 안타까움. 쓸쓸함…. 뭐, 그런….

곁에 계신다면, 얼마나 힘이 되고 좋을까.

 

 

투석 마치고 돌아가면, 아이들 학교에 태워야 줘야하고....

하늘이 우울해서일까?

모든 게 잿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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