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시인님께 까칠 봉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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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ㅁ사랑방

정 시인님께 까칠 봉수가.

by 바람 그리기 2020.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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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시인님,

 저녁 늦게 한 시인님과 긴 통화 했습니다.

 "대답도 대꾸도 없는 무반응"이라 하신 말씀 건네받았어요.

 "남들은 돈을 내고 제작하는데, 일부러 달라고 해도 왜 안 주는 거냐고! 안 주면 연을 끊겠으니 내일 아침까지 당장 시 세 편 보내라"는 협박도 받았습니다.

 제가 좀 까칠하죠? 그쵸? ㅎㅎㅎ

 실은 페북 비활성화 시켜 놓고 탈출한 것이 좀 되었습니다.

 "낭송 시 한 편 보내 달라"는 말씀은 물론 봤지만요.


 정 시인님,

 사실 정 시인님의 말씀을 듣고 처음에는 감사했더랍니다.

 실제 시를 보낼까? 생각도 했었고요.

 하지만 욕심을 내려놓고 얼마간을 제 시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정 시인님 말씀 때문이 아니더라도 그게 제 시에 대해 잡고 있는 요즘의 깊은 화두이기도 하고요.


 정 시인님,

 "선한 영향력"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제 시가 기록으로 남겨져 나 아닌 다른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만큼의 퀄리티가 있는가?

 물론 선한 영향력이라는 방패막이 뒤에서 쓰이는, 잠언조의 시들에 대해서는 두드러기가 일만큼 거부감을 지녔습니다만,

 막상 정 시인님의 말씀을 듣고는 어쩔 수 없더군요.

 "선한 영향력에 대한 시인의 의무"


 제가 제 유튜브 계정에 시를 옮겨 놓곤 하는데요,

 그것의 대전제는 언제고 제 의지로 계정을 없애고 흔적을 남기지 않을 수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래서 정 시인님의 말씀을 듣고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그랬습니다.

 "선한 영향력도 없는 시를 영원히 지울 수 없는 흔적이 되도록  내 손으로는 남기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라고 말입니다.


 정 시인님,

 여기저기 제 시가 돌아다닙니다.

 어떤 시는 몇 날밤을 새워 간신히 찾은 시어가 바뀌어 있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아예 자신의 창작시로 옮겨져 있기도 합니다.

 심각할 것 없이 그냥 웃어넘기곤 하는데요, 그렇게라도 제 넋두리가 누군가에 공감이 되었음을 다행으로 여기면서 말입니다.

 그것은 이미 어떤 방식으로든 제 손을 떠나 그들의 의미가 된 것이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정 시인님,

 정 시인님의 격이 다른 그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제 시가 낭송되기를 바라는 욕심이 왜 없겠어요?

 하지만,

 "선한 영향을 줄 수 없는 시"에 대한 제 양심의 판단을 이해해 주세요.

 허접스러운 세 권의 시집을 출간한 것만으로도,

 그 행위의 의미에 대해 요즘 많이 혼란스럽고 그렇습니다.


 봄이 아직 멀었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목소리만큼 이쁜 글 많이 쓰시길 바랍니다.




 2020. 01. 04

 성봉수 합장.


 

 정 시인님 방송 시그널이 뭐였는지 잊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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