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우니 나도 운다.
본문 바로가기
낙서/┖ 끽연

종이 우니 나도 운다.

by 바람 그리기 2018. 4. 7.
반응형

 

 

밤새껏 바람 종이 울더라니

서늘한 마당 한켠, 매화가 벌었구료

바람이 부니 종이 울리고

봄이 되어 꽃이 피었네만

그리운 마음 깊은 것이 어디,

그러하여서만 이겠는가….

 

삼월이가 기척을 미리 알고 문밖을 나서기 전부터 앓는 소립니다.

며칠의 비에, 오래된 집 마당이 서늘합니다.

밤새 도란거린 바람 종의 노래에 귀가 뜨였는지, 매화의 꽃망울이 뒤늦게 툭툭 벌기 시작했습니다. 원추리의 홑잎도 다랑논의 뜬 모처럼, 화단 여기저기에 다퉈 솟아 있습니다.

삼월이의 늘어지는 하품을 뒤로하고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약은 먹어야겠으니, "꼭 식후에 드시라"는 복약 안내가 있었으니, 빈속에 뭔가는 채워야겠습니다.

쑥 절편과 팥 튀김 빵을 식모커피와 곁들여 앉았습니다.

혈압약을 먼저 먹고, 십 분쯤 후에 남은 커피로 남은 약을 털어 넣었습니다.

 

밤새 온열 전열기를 시린 오른 견갑골과, 해부실험실에서 전기를 연결한 개구리 뒷다리처럼 시도 때도 없이 덜덜덜 경련이 나는 삼두박근 근처에 쐬었습니다. 살갗이 익었는지, 쌉쌀하게 화끈거립니다.

자리에 누워, 이 배게 저 베개를 바꿔 보았습니다. 이리도 눕고 저리도 누워봅니다. 지근거리는 통증…. 찔끔 찔끔 오줌도 나오고 눈물도 나옵니다. 그렇게 두 시간쯤을 뒤척이다, 전화를 받은 김에 그냥 일어섰습니다.

 

'아….'

'끙끙….'

요리 앉아보고 조리 앉아봐도, 이마를 손으로 괴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이 최고로 편합니다. 졸지에 로댕의 조각상이 되었습니다.

일주일 분 처방 받은 약을 한 번에 다 털어 넣고 싶을 정도니, 오죽하면 수술을 할까? 이해도 갑니다.

몸에 칼 대지 않고 잘 다독여 남은 시간 어찌어찌 때우면 좋겠습니다.

 

점심 상을 받았습니다.

산 목숨이니, 잡숴봐야죠. 왼 손은 멀쩡하니 고마운 일입죠.

반응형

'낙서 > ┖ 끽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이야 오죽하랴!  (0) 2018.04.20
미각은 각자의 몫인 게지요.  (0) 2018.04.12
아들, 홧팅이다. 건투를 빈다!  (0) 2018.04.04
동백꽃의 연  (0) 2018.04.03
"쯔쯔...못났다, 못났어!"  (0) 2018.03.3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