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쯤 빨랫줄 양말 걸이에 매달려 있는 양말 중 한 켤레를 급하게 떼어 신고 잡부 나선 길.
"에이, 하필이면! 틀림없이 빵꾸나것네 ㅉㅉ..."
차에 오르고서야 양말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알았지만, 차는 이미 오라이입니다.
예상은 맞았고, 급기야 봉숭아 빨간 모자를 쓴 엄지 노인네가 걷는 족족 세상 밖으로 더 삐져나왔습니다.
그렇게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오며,
"지까다비를 끌고 황톳길을 걷던 옛 시인의 모습이 떠올렸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잊고 지냈던 그의 시간을 쫒았습니다.
"아..."
40년도 훨씬 전,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돌이키니 내가 그의 시를 만난 것은 만해의 시구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속의 "님"이 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사춘기 소년이 접한 그의 강렬했던 시구들과 그 후에 만나 김현승 등등...
"알게 모르게 내게 배어들어 시작의 단초가 되었겠구나" 라고 말입니다.
내가 그때,
청록파나 김소월이나 김광균이나...
그들을 먼저 만났다면 지금의 내 시의 모습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식사 초대 받고 맛나게 먹고 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며,
"집 근처에 이런 곳이 있다면, 쓸쓸한 날 따끈한 사케를 혼자 잡고 있기 딱인데..."
"그때, 멀지 않은 곳에 이런 곳이 있었더라면, 귀족 식성 당신 내외를 모시고 왔으면 참 좋았을 텐데..."
라고 생각했습니다.
비, 참 징그럽게 오십니다.
202410212728월
귀리, 찰흑미, 커피, 올리브유.
-by, ⓒ 霧刻窟 浪人 詩人 성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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