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틈이 잡부 나가며 마지막 행사 준비해서 잘 치렀는데요, 마감일을 연장해 주면서 거듭 청탁을 한 곳도 있었지만, 일정과 일이 끝이 없는 개미지옥에서 허우적거리느라 올가을에는 어느 한 곳도 청탁 원고를 보내지 못했습니다. 이 상황이 별반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게 문제이고요.
예전에 "밥 하는 여자"라는 시를 쓰고 두 권(『너의 끈』『바람 그리기』) 시집 어디에 인가 수록했던 거 같은데, 아무리 찾아도 없습니다. 블로그 어딘가 포스팅이 있을 텐데, 검색이 안 됩니다. 그냥 집어치우려고 하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포탈 검색창 도서 목록에 들어가 『검은 해』를 열고 차례를 보니 거기에 있습니다. 조금은 황당합니다. 아무리 기억력이 문드러진 칼끝이 되었어도 첫 시집을 출간하기 전에 쓴 시(그렇게 어디에 쑤셔 박혀 있는지 모르는 시가 한둘이 아니긴 하지만)가 분명하니 당연하게 첫 시집에 있을 줄 알았습니다. 적어도 두 번째 시집에는요. 그런데, 세 번째 시집에 밀어내기를 했을 정도로 왜 꼭꼭 감추어 두었던 걸까요? ㅍㅎㅎㅎ
모를 일입니다. 하기야, 『검은 해』 출판기념식에서 마지막 밀어내기 시집이라고 했던 게 생각납니다. 모처럼 『검은 해』를 펼쳐보려고 했더니 정작 내 책장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바람 그리기』는 몇 권 보이고 『너의 끈』은 어머님 읽으시던 것이 한 권 보이는데 말입니다. 블로그 포스팅을 샅샅이 뒤져 간신히 시를 찾고 업로드했습니다. 참 대책 없지요? 아무리 수록한 시를 출간했어도 보관하고 있는 파일도 없으니 말입니다.
어제저녁에 이 시가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아니, 갑자기라기보다는 연상이 연상의 꼬리를 물다가 이 시에 닿았지요. '단풍'으로 시작한 연상은 '가을'을 거쳐 '길을 잃은 무심함'을 거쳐 그 언젠가의 '데자뷔'에 매달린 끝에 이 시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나는 이 가을에 혼자 들어서 가을 밖을 향해 그 길을 홀로 걷고 있습니다.
202411030830일_그때, 오늘 이 시각. 엄니 소천하신...
나훈아-너와나의고향mix2024
by, ⓒ 霧刻窟浪人 詩人 성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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