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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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ㅁ안방

풍경.

by 바람 그리기 2024.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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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연휴가 끝나고 갑자기 잡힌 잡부 일정.
 치과 진료로 데마찌(てまち) 놓았던 일정.
 경사진 절개지에 구불구불 딛는 4층 같은 3층 펜션 현장.
 가파르고 턱이 높은 철계단을 낑낑거리며 자재와 공구를 나르다가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오야, 어제 혼자 이거 나르느라 뺑이 쳤것네. 잡부 대기 중인 박 면장 부르지 않고 ㅋㅋㅋ'

 평균기온이 4월에 해당하였다는 날.
 땀을 피해 점퍼를 벗어 놓으며 내려다보는 풍경이 예술이다.


 "좋은 차에, 좋은 집에. 아무리 독일 머리라고 소문난 건축주지만, 어떡하면 이리 돈을 버는 겨?"
 그리고 잡부 내내 머릿속에 토막 나 굴러다니던  음악 한 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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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씻고 건너와 저녁은 먹어야겠는데... 멀국을 뭔가 먹고 싶은데... 귀찮다.
 정수기에서 온수 한 대접 받아 간장 두 스푼, 식초 한 스푼, 들기름 반 스푼 풀어 국을 만들고 먹다 남긴 설 차례상의 조기를 곁들여 마주 앉았다.
 국이 참 맛있다. 찝찔한 국물을 본능적으로 찾은 걸 보면, 종일 수분 배출이 있기는 했나 보다.

 김수미 아줌니 걸진 욕소리에 눈 뜨니 발치에 보이는 저녁 먹은 상.
 폰 잡고, 올 한해 감나무에 걸어 놓고 싶은 "바람종 만만한 것" 쇼핑몰에서 검색하다가 뜨끈해지는 등짝에 그대로 꼴까닥한 모양이다.
 어찌 쑤셔 박혀 잠들었는지, 그렇지 않아도 푼푼한 어깨가 몹시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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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빠 끌며 마당을 한 바퀴 휘이 돌았을때, 우리에서 톡 튀어나와 쫓아다니는 삼월이.
 '밖에서 잔 겨? 아침에 쫓겨 난 겨?'
 문 열어달라고 안달 떠는 삼월이와 마주 앉아 머리 쓰다듬어 주며 몇 마디 중얼거리고 바깥채 문을 열어주는데, 출근 준비 중인 삼월이 언니께서
 "털 땜에 안 돼유!"
 단말마를 지르며 식탁 아래 삼월이를 몰고 댓돌을 내려서 개집 앞 근처 뜰팡을 스포트라이트 아래 독백중인 연극배우처럼 두 손을 어정쩡 모으고 틱처럼 제자리를 뱅뱅 돌며 중얼거린다.
 "오래전부터 폐암 투병 중이었데요. OO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는데, 스스로 호흡기 달지 말라고 했데요. 예순다섯이래요. 쥐띠래요. 안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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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육학과를 졸업했고, 선생님을 하다 그만두었고, 노래방을 했고, 그때 위아래 점주로 인연을 맺었고, 작년에 인가는 무슨 인터넷 매체 스텝으로 내 인터뷰 현장에서 오랜만에 마주했고, 지금은 삼월이 언니 직장 동료 남편의 친구로 의미가 갈음된 그 인연의 마지막에 대한 끝나지 않은 말꼬리를 안채 부엌문을 콩, 닫으며 잘라내고 들어와 첫 커피를 탄다.
 잡부는 없고, 오늘 분명 뭔가 하고자 한 일이 있었는데 생각나지 않는다. 
 서재 창밖, 바람종이 드문드문 이쁘게 운다.
 예보처럼 비가 가까워 오고 있나 보다.
 까치 소리 아슴푸레한 아침이다.

 

 
 202402150718목
 진주조개잡이2


 by, ⓒ 성봉수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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