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약을 먹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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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혈압약을 먹다가

by 바람 그리기 2017.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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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군대 선임 두 명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한 명은 나보다 나흘 먼저 입대했고 또 한 명은 그보다 또 나흘 먼저 입대했습니다. 배치받은 소대의 관례대로라면, 일주일 이내의 차이는 동기로 여겨 군 생활을 해야 맞습니다만, 나보다 먼저 차례대로 배치받은 두 명이 이미 동기가 되어 있던 관계로 부득불 나는 후임이 될 수밖엔 없었습니다. 이해가 가나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내 친구의 친구가 내 선배인 곤란할 때도 있죠? 바로 그런 상황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친구여야 할 사람이 동시에 선배가 되었다는 그런 예입니다.

그건 그렇고, 포탈에 노출된 내 정보를 매개로 오랜만에 통화를 하기까지 했었습니다. 그 후로 각자 자리-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말하기로 하고-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던 중 며칠 전의 부재중 통화와 문자에 이어 어젯밤에 전화가 왔습니다.

 

"올 1월 6일에 뇌졸중이 왔네"

"그렇지. 풍이지"

"아니, 집에서 앉아 있다가 갑자기 그리됐네"

"그러게……. 혈압이 있었던 모양이네"

"그럼세…. 죽기 살기로 재활해야겠네. 자네도 몸 잘 챙기고 다음에 ○○와 셋이서 한번 만나세"

 

얘기가 삼천포로 빠졌는데요,

커튼이 쳐진 컴컴한 거실에 누워 가끔 담배를 먹으며 뭉그적거리다 시간을 보니 1시 40분.

'혈압약 먹어야지…….'

고혈압 전 단계의 지극히 정상적인 상태였음에도, 내 자발적 요구로 혈압약을 복용한 지도 6년여는 된듯싶습니다. 커피나 한잔 타서 아점 겸 약을 챙기려고 부엌으로 들어섰다, 삼월이 생각이 났습니다. 반갑게 맞는 놈에게 사료 한 주먹을 챙겨주고 돌아서는데, 빈속에서 비린내가 올라옵니다. 비린내??? 생선에서 나는 그런 비린내가 아니고, 속이 비었을 때 가끔 느껴지는 뭐 그런 냄새가 있습니다.

'그냥, 밥을 한 끼 먹을까…….'

마침 라면이 보여서 귀찮음을 무릅쓰기로 했습니다. 아예 안 먹으면 모를까, 먹다 보니 양이 조금 모자라는듯싶어 밥을 한술 말아 함께 뜨고 커피도 챙겨 먹었습니다.

 

오늘이 동지라죠?

치 걸어놓고 팥죽 먹는 날요. 맞죠?

어머니 당대까지는 절에도 다녀오고 팥죽을 쓰며 참 의미 있는 날이었는데…….

이 방 저 방, 화장실로, 샘으로, 장독으로, 대문으로…….

그 치성의 기억도 이젠 희미해지고 잊힐 시간만 남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불금이군요.

이불 밖은 개고생이랍니다.

남은 하루 잘 마무리하시고, 일찍 일찍 집에 들어가시길 바랍니다.

 

옆집에 기름을 넣는지,

삼월이 배 다 꺼지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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