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이가 죽었다 / 성봉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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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ㅁ술한잔

☆~ 고양이가 죽었다 / 성봉수 ~☆

by 바람 그리기 2020.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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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정이 되어 고조부님 기제사를 모셨습니다.
 어머님 돌아가시고 난 후, '할아버지까지만 방안 제사로 모시고 고조 증조부모님은 시제로 모실 생각'을 했었는데.
 그리하는 것은 언제고 할 수 있는 일이니 '종손 손주며느리 맞걸랑, 그 손에 방안 제주 한 번은 올리게 할 생각'으로 서운한 마음에, 미뤄 두었습니다.
 그대신, 기름질은 하지 않고 북어포에 메 고이고 정안수 받쳐 약식으로 모시기로 했습니다. 어쩌고 저쩌고해도, 사는 형편이 변변치 않은 핑계이죠.
 그런데 종부께서도 서운했는지, 탕국은 빠지지 않고 끓여 올립니다.


 낮에는 일부러 찾아 읽은 것은 아닌데, 예전에 영상시로 올려 놓고 세 권의 시집 어디에도 싣지 않았던 "고양이가 죽었다"를 읽었습니다.
 세 권의 시집 어디에도 싣지 않은 데에는 완성도가 떨어진 이유도 있겠습니다만, 그것보다는 <새로 기워 그때의 감정을 변조>하기 싫었던 까닭이 가장 컸습니다.
 <자동차 바퀴에 깔려 포도 위에 북어포처럼 달라붙은 고양이의 사체를 보고 쓴 시>인데요,
 아버님을 여윈 지, 75일째 되던 날이었습니다.
 무엇을 드러내고 무엇을 감추었는지 구절구절 다 설명할 바는 아니지만,
 죽은 고양이의 이미지에, 황망한 아버지의 운명(殞命)과 사라진 한생을 빗대었던 시였습니다.

 오늘 손을 꼽아보니,
 13년 전. 내 나이 마흔넷이었습니다.
 참... 마흔이라니...
 <지금이 가장 젊은 날>이라는 걸 지금도 왜 모르고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제 죽은 이가 맞고 싶었던 내일"이 아니라,
 "어차피 없을지 모르는 내일"로 오늘을 살고 있는지 말입니다.


 고조부모님의 신주에 절 올리며,
 두 번의 이장 동안에 바라본 "딱, 사골 한 토막만큼만 남았던 육신의 흔적"을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이 시를 중얼거렸습니다.
 <고양이가 죽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혼자만의 일이었다>


 2020050530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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