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필요 / 성봉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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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ㅁ술한잔

☆~ 불필요 / 성봉수 ~☆

by 바람 그리기 2021.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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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 / 성봉수


  불필요가 된 것들이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밤. 흡사 좁은 울 안에 돌봄 없는 짐승의 배설물 같이 흩어져 불필요가 된 것들. 필요였더라도 널브러짐이 효용적이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불필요 하나가 선풍기 바람에 이따금 들썩거리기는 하였으나 그렇다고 필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설령 필요라 하여도, 불필요들 속에 뭉그러져 불필요가 되었을 때에야 불필요의 무용(無用) 자체가 필요의 효용(效用)이 된다. 필요의 알맹이를 벗고 불필요가 되어 던져진 껍질들은 필요 위로 유리(遊離)되어 제각각 떠다닌다. 필요와 유리된 불필요의 부유물들이 의도 없이 툭 툭 던져지더니, 마침내 한 덩이로 합쳐져 시간의 물 위를 온전하게 뒤덮은 필요의 유막(油膜)이 되었다. 불필요는 필요의 효용으로부터 완벽하게 유리되고서야 불필요라는 필요로 구분되었다.
  하지만 이 좁고 유한한 시간의 우리 안에 가둔 들짐승의 배설물처럼 규칙이나 조건 없이 널브러진 불필요들과 범벅이 되어 불필요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필요가 단호(斷乎)히 필요를 분연(奮然)히 벌떡 일으켜 필요가 된다 한들 그릇에서 덜어낸 죽 한 수저만큼의 흔적이라도 될는지는 모를 일이다.

  다섯 시 오십팔분. 나는 불필요의 눈을 뜨고 무력한 명현(瞑眩)의 창 아래 앉아 혼탁한 기면(嗜眠)의 절구에 여명(餘命)을 공이질 하는데. 원래 불필요하였거나 그리하여 불필요하게 된 것이었어도, 필요는 앞서 괘의(掛意)할 일이 아니었다.



202107102958토쓰고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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