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을(乙)의 고개 / 성봉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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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ㅁ술한잔

☆~ 을(乙)의 고개 / 성봉수 ~☆

by 바람 그리기 2022.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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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乙)의 고개 / 성봉수


 앉지도 눕지도 못하고 밤새 끙끙 울던 기영이
 출근길 차를 돌려 수술대에 올랐겠지
 경추 추간판 탈출증
 저리던 손이 꿈처럼 되돌아오고
 모처럼 마주 앉은 술자리의 추임새
 "평생 을로만 굽신거리니 목이 꺾일 밖엔!"
 
 먹이고 가르치며 아비의 시간을 낚은
 친구의 조아린 고개는 결연한 굽°
 눈 질끈 감은 경건한 비굴
 
 파르르 불쏘시개 같은 빳빳한 모가지
 온전한 을 노릇 기억 없는 내가
 목디스크 벗 삼아 몇 해
 시르죽은 고개는 당최
 무엇에 조아린 건지
 
 시간의 바람 속에 휘돌리던
 미늘 없는 낚싯바늘
 말라 오그라든
 내 꼭지



°굽:[Bend/낚시] 낚시 바늘에서 축이 휘어져 바늘 끝으로 이어지는 둥근 부분.

20211115월쓰고20211123화깁다


 

■季刊 『白樹文學』 2021 겨울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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