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녕 성씨 시조 묘소/창녕군대지면맥산/ 바람 그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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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 창녕 성씨 시조 묘소/창녕군대지면맥산/ 바람 그리기 ~☆

by 바람 그리기 2018.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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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도 동백섬 입구 시내버스 승강장에
넋을 놓고 앉았기를 한 시간은 족히 되었나 보다.
(이제 어디로 갈까?)
눈 호강 시키러 떠난 길이었다면 이곳저곳 볼 곳이 천지겠지만,
오동도의 일출을 기다리며 잠겼던 상념의 크기가 컸던 모양이다.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의 고갈. 아니, 재충전 의지의 방전.

일단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여수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창녕'으로 가는 노선을 확인하니 영 시원치가 않다.
밀양 아니면 부산 서부 터미널을 거쳐야 하는데, 또 길에서 시간을 다 잡아먹게 생겼다.
밀양과 부산행 버스 시간이 각각 1시간 후에 5분 차이로 있다.
"밀양으로 드릴까예?"
창녕행 노정을 잘 모르겠다는 매표원이 밀양을 권했지만, 그냥 부산을 달라고 했다.
두 곳을 거치는 도착 시각이 얼추 비슷하니, 부산에서의 차편이 더 많을듯싶어.

남는 시간 동안, 터미널 안 분식집에서 우동 한 그릇을 시켜 아점을 때웠다.
-엄청 맛없었음.

 

꿀잠을 자고 일어나니 부산 터미널에 차가 진입하고 있다.
마침, 창녕행 버스가 대기하고 있길래 얼른 표를 끊고 잽싸게 화장실로 달려가 소변을 보고 차에 올랐다.



이런…. 또 멍청이 짓을 했다.
터미널을 벗어나며 경로확인을 다시 하니, 밀양을 거치는 노선이 40분 정도는 빨랐다.
밀양 안내 노선의 시내버스를 이용한 시간을 시외버스로 착각하고
부산 경유 노선과 같은 시간이라고….

죽은 아들 불알 잡는 일이지, 이미 시간은 다 까먹은 후다.



어쨌건 창녕에 닿았지만,
시간은 벌써 오후 세시가 넘어섰다.  



시외버스 터미널 밖으로 나와, 지나가는 아주머니께 시내버스 터미널을 여쭤보니
본인도 거기에 가는 길이라며 따라오란다.
"어디를 가느냐?"
'대지면 맥산….'
"차가 요쯤 있을 텐데…."
 그 차 놓치면 한 시간 기다려야 하니 빨리 오라고, 신호등도 무시하고 길을 막 건너 뛰어간다.
"만약에 차 떠났으면, 그냥 걸어가요. 남자 걸음에 한 삼십 분만 걸으면 될걸요?"
 

 

아….
어김없는 한 시간의 법칙.



다행히, 어르신들이 서너 분 앉아 출발을 기다리는 차가 보인다.
"이 차가 제일 빨라요. 이거 타면 돼요. 이거 떠나면 한 시간은 더 기다려야 해요"
그중 제일 연세가 적어 보이시는 분이 친절하게 대답해 주신다.
그렇게 40분을 앉아 있다 차가 출발했다.

 

 

약봉지를 들고 함께 내린 어르신이, "맥산"에는 왜 왔느냐고 묻는다.
"아이고, 그 먼 곳에서 일부러 여기까지 오셨소? 대단하시네…."
불편한 다리를 하시고도 앞장서서 묘소 앞에까지 안내하고 산 너머로 내려서신다.
방향은 다르지만, 묘소까지 안내해 주고 가시겠다고 앞장서신 25세 어르신.
먼 곳에서 온 일가 젊은이(?)에 대한 배려가 고맙다.
항렬도 그러하지만 큰 키와 높은 코. 어딘지, 돌아가신 할아버지 모습이 느껴진다.

 



꼭 31년 만이다.
그때는 완행 밤열차를 타고 아침에 밀양에 도착해,
버스편으로 구불구불 산길을 지나 도착했었다.
간드러지는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버스 안내양이 신기했었다.

산 아래 허허벌판에 "부곡 하와이"가 덩그러니 있고
주변에 잡다한 건축이 한참일 때였는데,
지금은 그곳이 폐장 되었다 하니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고2 여름방학.
늘 하늘에 별을 올려보며, 유한의 시간 안에 허덕이는 생명체.
그 모든 존재의 근원에 대해 고민하던 때.

수도자의 삶을 꿈꾸던 때.



"알렉스 헤일리"의 '뿌리'를 읽고 떠났던 길을
개뿔 시인이 된 37년 만에,
어머니를 여의고야 다시 찾았다.

 



창녕 성씨 시조,  성인보 공의 묘소.

26대를 거쳐 닿은 내 현생의 출발점.

 

그때는 묘소가 이렇게 잘 정돈되지 않았었는데….
비석도 새로 세우고 정비가 잘 되어있네.
 



묘소를 둘러싼 저 뒤편의 산속에 우포늪이 있다.
직선거리로 5Km 남짓.
가까운 곳엔 우리나라 최초 양파 재배지도 있다.
-아시려나? 양파의 최초 재배가 성씨 문중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창녕에 오면서의 계획은,
묘소에 들렸다가 예전에 다녀갔던 우포늪에 다시 한번 다녀서 갈 생각이었는데,
시간이 벌써 네시다.
바쁘게 내려가서 버스터미널로 다시 가서 우포늪에 가는 버스를 타야 하는데

터미널 가는 차조차 언제 올지 모르는 일이다.

 

일단, 대지면 사무소 앞에까지 내려가서

시내버스 연결되는 것을 보아 다음 노정을 결정하기로 했다.

 

 

 

 2018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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