壬寅年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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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壬寅年 첫날

by 바람 그리기 2022.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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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방 늙은이에게 해가 바뀌는 것이 뭐 대단한 일이겠냐만, 등 벅벅 긁으며 맨짬으로 맞이하기엔 뭔가 서운하다. 치킨에 맥주나 한잔해야겠다고 먹은 마음이 갑자기 돌변해 회가 먹고 싶다. 회 먹은 것이 언제였던지... 가끔 시장 생선전 앞을 지날 때 포 떠 놓은 것을 바라보며 잠시 망설이긴 했지만, 몇 첨 되지도 않는 것을 혼자 먹겠다고 들고 오기엔 가격 대비 효용이 없어 되돌아선 것이 몇 번. 그 돈 아껴서 부자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 아낀 돈을 가치 있는 곳에 쓰는 것도 아니면서 그것 하나 아무 생각 없이 입에 넣지 못하니 이놈의 주변머리가 그렇다.
 회를 주문하고 치킨도 주문하고 길 건너 편의점에서 술도 사 왔다.

 

 이전부터 있었던 술이라는데, 이름이 맘에 들어 손에 쥐었던 빨간 이슬이를 내려놓고 <대장부>를 들고 왔다.

 

 '송년회 합시다'
 건너와도 좋고, 안 와도 이상할 것 없는 일이지만 "회"라는 말에 모두 건너와 앉았다.

 

 몇 첨 되지도 않지만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사라졌다. 입에 물고 우물거리는데 또 <효순이네>가 떠오르니, 이놈에 해마에 이상한 벌거지가 들어앉았나 보다.


 며칠 전부터 SNS와 문자 받아내느라 정신없는 폰.
 선배, 후배, 선생, 지인, 독자...
 내가 무엇이관데, 기억하고 안부를 묻고 신년 맞이 덕담을 건네주시니 그저 감사할 뿐.
 그중, 이 재치 있는 카드가 눈에 들어오는 것을 보면, 내가 나이를 먹어가긴 하나 보다.

 

 그나저나 요즘 들어 폰이 버벅거리니 만만한 리퍼폰을 또 알아봐야 하나 어쩌나... 새 커버는 사놓고 한번 써보지도 않았는데 그냥 버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몸이 무거워 종일 늘어졌다가 저녁 무렵에야 새 달력을 걸었다.
 어느새, 우리 아버지처럼 달력 아래 광고를 자르고 있는 나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땐, 아버지께서 왜 그러시는지 이상하기만 했던...

 새해다.
 물 흐르듯 또 한 해를 살아보자.

 

 

 
 202201012631월
 ABBA-I_Do_I_Do_I_Do
 회를 먹으면 늘 따라오는 그 웃픈 기억.
 신혼 무렵, 새경 타는 날 부모님 모시고 근처 횟집으로 외식하러 나갔는데,
 "이 돈이면 삼겹살을 먹지 이까짓게 뭐 먹을 게 있냐…."며
 입을 댓 발 내밀고 젓가락을 깨작거려 분위기 잡쳐 놓던 삼월이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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