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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응달진 뒷길.
바람의 아우성으로 화석 같은 주검으로 버티어 선 눈 위를 비틀거리며 걷는다.
얼음판 안에 거꾸로 매달려 사내가 걸어가고 있다.
사내의 걸음에 맞닿으며 옛 사내가 바다를 건너고 있다.
찌익, 찌이익...
단단하고 매끄러운 어제의 부도체 위를 날카로운 금속이 된 오늘이 긁고 지나간다.
잠시 그뿐이었다.
얼음은 견고하게 얼어 깨지지 않았다.
머지않은 봄날
밖의 것은 땅 위를 걷고 있겠고
안의 것은 깊은 물 속으로 곤두박질치겠지.
존재와 부존재의 이 기막힌 동행.
나 그때 그 겨울을 그렇게 걸었노라고….
202001132140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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