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발을 벗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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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가발을 벗고

by 바람 그리기 2020.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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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봉수 선생님은 안 오셨나요? 어디 계시죠?..."

 

'이 시인님이시죠? 제가 성봉숩니다'

 

"...."

 

그때 그 행사장에서 처음 마주치던 날, 당황해하던 이 시인님의 모습을 어찌 잊을까나?

 

""흠..."

 

첫 시집 『너의 끈』 보도 기사에 실린 이 사진을 발견하고 나지막이 신음을 내던 나 선생님.

 

가발을 벗은 내 모습과 맞닥뜨렸을 때 눈빛이 탁해지며 회피하던 시선을 어찌 잊으리오!

 


 

☆~ 시인의 초상 / 성 봉 수 ~☆

시인의 초상. / 성 봉 수 책을 펼치면 작가의 약력란에 사진은 언제나 멋스러웠다. 더군다나, 그 주인공이 여성일 때는 더욱 그랬다. 그녀들은 흡사 천경자 화백의 모델이었나 싶을 정도로  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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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시간의 노동에 온통 땀범벅이다.

 비가 잠시 멈췄어도 우중좌정과 다르지 않도록 습기가 장난 아닌데, 땀범벅인 옷을 그냥 내 빨래 함에 넣었다가는 다른 속옷까지 악취가 베겠고 그렇다고 빨아 널자니 처마 아래마다 가득 찬 빨래로 널 곳도 마땅치 않고...

 이러거나 저러거나, 그냥 들고나가 샤워하기 전에 샘에 쭈그려 앉아 빨아 널었는데... 빨면서 뭔가 이상하다? 생각했더니 땀범벅인 입 었던 윗옷이 현관문 앞에 떨어져 있고 엉뚱한 옷(한 번도 입지 않고 걸어두었던 셔츠인데 지난번 외출에 챙겨 입었더니, 담배 냄새랑 정체불명의 냄새들이 배어 복잡미묘 아리꼬리한 악취가 나서 그냥 벗어 던져두었던)만 빨았다. 제길...

 다시 빠꾸 오라이 하긴 귀찮고, 땀이나 말려 빨래함에 넣어 둘 생각으로 옷걸이에 걸어 거실 한쪽에 모셔두는 것으로 끝.

 

                                11시가 못 되어서 안 사장에게 전화가 왔다. "어, 깨어있네?". '응, 왜?'. "xx 아파트 철거해야 하는데, 한두 시간만 하면 될 건데...". [혈압약이 이틀분 남았는데 주말이 겹쳐있으니 잊기 전에 처방받아 사다 놓고, 지난번 수박 껍데기로 담가 먹었던 피클 간장 남은 것 아까우니 오는 길에 장에 들려 노각 하나 사다가 리필해야겠고. 상황 봐서 역 광장 옆 커피숍 2층에 잠시 앉아서 마감 임박한 청탁 원고들 틀 잡고 들어와야겠다.] 라고 생각하며 세면하려던 차인데, 오죽 급하면 오전이 다 갔는데 내게 전화했을까? 싶어.. '알았어. 몇 시에 집 앞에 도착할 건지 정확하게 말해'. "응, 12시 10분에 집 앞에 도착할 테니 만나서 밥 먹고 한두 시간만 하자고"... <띠롱(집 앞 도착)> 먼저번에도 괜히 혼자 급해서 30분이나 일찍 와서 아침밥도 못 먹게 하더니만 오늘도 8분 일찍 도착해서 문자를 보낸다. 어차피 주정차 단속이 유예되는 점심시간이니, 모른척하고 약속한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다. 도착해 보니 현장이 일층이다, 일부는 먼저 해체해 놓은 상태. '음...툭, 하면 호박 떨어지는 소리라고, 시스템으로 설치된 <식기 세척기>며 <오븐 레인지>며 무거운 것들이 있긴 하지만 일층이니 혼자 슬슬 하려고 시작했다가 비도 올 것 같고... 뒤늦게 나를 불렀구나'. 그러거나 말거나 일단 왔으니 품을 파는데, 날이 어찌 습한지 금방 땀범벅이다. 해체하고 옮기고 상차하고 하차하고 또 하고. 비 쏟아지기 전에 서둘렀어도 세 시가 넘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술자리로 일과가 마감되는데('적은 노임은 이 술자리로 상계한다'라고 생각해왔는데) 이를 몽땅 뽑았으니 그도 글렀고... 그냥 귀가하는데 집 앞에 내려 주는 차 안에서 꼼지락 거리며 반으로 접은 지전을 건넨다.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그냥 받아서 주머니에 찔러 넣으며 '수고했다. 가서 쉬어'라 헤어져 집에 들어와 빨래하고 씻고... 후질른 바지 빠느라 주머니에서 책상 위에 꺼내놓은 것들 정리하며 받은 노임을 펴 보니... 헐, 뭐여? 딸랑 5 만원. 이쉬끼가 인제 완전 돌았네? 어쩐지, "두 시간 만"을 강조 하더라니... 노가다, 집 나서 현장 도착하면 어떤 이유로 대마찌가 나건 말건 개잡부는 무조건 한대가리 노임 처 주는게 불문율이고, 설령 반 대가리라 이해해도 상근 개잡부 최하 일당으로 12만 원이라 계산했다치고 반 대가리면 6 만원인데! 사전 약속 없는 일정은 잡지 않는 성격도, 오죽 급하면 전화했을까? 하는 마음에 도와줬더니만 평소에 <공과 사> 타령을 그리 하는 놈이 5만 원? 그지 적선하는 겨 뭐여?...라고 어이없어하다가, "애이고, 그 성격에 '노임을 얼마 줘야 하나?' 고심하다가 결정했을 것"을 생각하고 <쪼잔한 놈>이라고 읊조리며 그냥 피식 웃고 말았는데. 그러면서도 마음 한쪽으로는 '아니 이쉬끼가 먼젓번 지 입으로 떠들던(대로 계산하면) 사흘 치 노임을 이틀 반 나절치 주고 퉁치더니만, 나를 너무 헐렁하게 생각하나? 하는 서운한 마음도 들고... 야이, 앉은 자리에 풀도 안 날 지독한 자린고비 놈아! 만 원 아껴서 부자되것다!  

 

 속옷 챙겨 입고 커피 한잔 챙겨 컴 앞에 앉아, "내 욕하는 놈은 없나?" 기웃거리다가 포탈에 노출된 예전 『너의 끈 보도 사진 앞에서 멈춰 서서...

 돈 만원에 사람 기분 잡치게 하는 융통성 없는 인간을 떠올리며...

 

 가발을 썼건 안 썼건 나는 나인디, 그대들은 도대체 누구를 보고 있는 거지?


 

'똥이다, 된장이다!'

 

'... 먹어 봐야 아는 겨?'

라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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