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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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삼월이 운다!!!

by 바람 그리기 2020.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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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종이 멈춰 선 아침.

 

서재 의자에서 밤새도록 절구질을 하다가 덜컥 눈을 뜨고

 

기척 없는 마당에 내려선다.

 

나라 전체가 물난리도 아우성인데 웬 꽃타령이겠냐만,

어렵게 핀 꽃이 씨도 못 맺고 다 사그라들까 걱정이다.

올해의 이 유난스러운 우중에 말이야.

 

색이 진해서 씨를 받아다 심었던 '진보라 메꽃"

'어머니 나팔꽃'이 피고 난 후, 이제야 다른 꽃에도 맘을 담은 눈이 간다.

씨를 받던 심정이야 온전하게 내 맘 안으로 들어왔음일 텐데...

천덕꾸러기가 되었던 그간의 무심함을 이해해라.

 

올 처음 꽃을 벌었던 화분의 메꽃 덩굴.

드디어 하늘 끝에 닿았다.

 

'보소, 내 정령 양반! 거거 있걸랑 황금 알 낳는 도고새끼 안고 퍼뜩 내려옵소!'

 

화단의 나팔꽃

색도 진하려니와 꽃의 크기가 손톱 만한 것이,

앙증맞게 이뻐 씨를 받아 심었던 꽃.

 

작년에 맸던 줄을 걷어낸 후 내버려 두었더니,

자기들끼리 얽히고설켜 난리다.

운 좋은 놈만 간신히 앵두나무 가지 끝에 매달려 있는데...

미안스럽다.

 

삼월이 년.

제 우리 앞 화단에서 기웃거리는 내가 영 불편했는지,

몸을 최대한 우리 깊숙한 곳으로 숨기고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쓴다.

정작, 가랑이를 쩍 벌려 들고 꼬리로는 우리 벽을 두드리며 북을 치고 있으면서 말이다.

 

'알았다 이년아, 간다! 가!'

 

조용하던 바람종이 잠깐 댕강거리는가 싶더니

"후드득"

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또 종일 오락가락할 모양이다.

 

기척 없는 집안.

라면을 먹기는 싫고, 밥을 푸러 꼼지락 거리기는 귀찮고, 배는 고프고...

 

 

번쩍 눈을 뜨고 잠결에 커피 타러 부엌으로 나서다가

오른 발가락이 서재 문턱과 제대로 접촉사고가 났다.

하이고...

이놈에 고통의 쾌감...


어,

찻잔 속의 키티가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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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돌이 시절, 하루에 한번은 꼭 틀었던 노래.

배경음악으로 업로드하면서, '하... 내 청춘 돌료됴~'  읊조리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사람은 얼마나 자기 중심적인가! 이기적인가...'1962년이면 내가 태어나기 두 해전이다.그런 음악을 20년 후에 품고 살았다고, 내 청춘을 돌려달라니?Tony Dallara. 여든 다섯. 아직 생존해 있는 모양인데,그에겐 뭐라 할 셈인가?

 

고맙고 감사해야 할 일에도, 온통 아쉽고 모자라다 칭얼거리는 참, 이기적인 나.그레고 어쩌랴,그의 시간이 내 시간은 아닌 것을...

 

아, 배고푸다.
삼월이 배고프다고 운다. 동네 챙피하니 지발 그만들 일어나랏!
20200809일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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