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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62416목
김인배 트럼펫-운명
-,by ⓒ 성봉수 詩人
잡부 마치고 돌아오며 밀친 대문.
마당으로 들어서는 골목, 서녘으로 길게 누운 햇살 아래 던져 있는 우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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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협 중앙회에서 보내온 지회장 인준서.
관심 밖의 사람에겐 대수롭지 않은 일이겠으나,
이 한 장의 표딱지 앞에서 우르르 몰아치는 기쁘지 않은 허무한 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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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 'oo군 oo 조합장'에 취임하셨을 때,
섭골 종조할머님께서 껄껄 웃으시며
"성씨네는 빼놓지 않고 조합장 한 자리씩은 꼭 하네. 아버님도 'oo 조합장' 하셨고, 서방님도 'oo 조합장' 하셨고, 돌아가신 영감도 'oo 조합장' 하시더니 조카까지 허허허~" 그리고,
"대대로 나랏밥 잡수신 내력이 내 대에 와서 끊겼으니, 내가 죽어 조상님들 뵐 면목이 없다"시던 어머님의 기대만발 했던 외동아들에 대한 탄식.
무슨 대단한 감투나 쓴 것이겠냐만, 아마도 효의 끝이라는 입신양명을 하지 못한 자책감이 마음 구석에 늘 자리 잡고 있었던 모양이다.
"저승의 어머님 면은 세워드렸구나..." 하는.
만감의 정체가 맥이 풀리는 허무함이었다는 데에 당혹스러워하며 몰아치는 허기.
그래서 급조한 가족 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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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님은 직장 회식으로 빠지고.
셋째는 학교에서 베드민턴을 빡쎄게 해서 피곤하다나 어쩌다나 해서 빠지고.
삼월이 언니랑, 첫째랑, 비대면으로 참석한 타국의 둘째랑 앉은 삼겹살집.
불판이 한 순배 돌고난 후 가족 단톡방에 오늘 아빠가 쏘는 이유를 밝히며,
"두고 보거라. 전국 최대 문인단체 소속인 데다가, 상징성 있는 이곳 도시의 특성상 지금은 별거 아닌 것이 별거가 될 날이 올 테이니... 명가가 별거 아니다. 아부지도 이제 지방에 학생 자를 떼었으니, 자부심을 가지고 힘차게들 살아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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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인으로 현생을 산 흔적.
현실적인 두 계단은 올랐고,
진인사대천명이겠으나 이제 영원히 머물고 싶은 한 계단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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