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투 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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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ㅁ안방

감투 만감

by 바람 그리기 2024.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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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5162416목
 김인배 트럼펫-운명

-,by ⓒ 성봉수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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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부 마치고 돌아오며 밀친 대문.
 마당으로 들어서는 골목, 서녘으로 길게 누운 햇살 아래 던져 있는 우편물.

 문협 중앙회에서 보내온 지회장 인준서.
 관심 밖의 사람에겐 대수롭지 않은 일이겠으나,
 이 한 장의 표딱지 앞에서 우르르 몰아치는 기쁘지 않은 허무한 만감.

 아버지께서 'oo군 oo 조합장'에 취임하셨을 때,
 섭골 종조할머님께서 껄껄 웃으시며
 "성씨네는 빼놓지 않고 조합장 한 자리씩은 꼭 하네. 아버님도  'oo 조합장' 하셨고, 서방님도  'oo 조합장' 하셨고, 돌아가신 영감도 'oo 조합장' 하시더니 조카까지 허허허~" 그리고,
 "대대로 나랏밥 잡수신 내력이 내 대에 와서 끊겼으니, 내가 죽어 조상님들 뵐 면목이 없다"시던 어머님의 기대만발 했던 외동아들에 대한 탄식.
 무슨 대단한 감투나 쓴 것이겠냐만, 아마도 효의 끝이라는 입신양명을 하지 못한 자책감이 마음 구석에 늘 자리 잡고 있었던 모양이다.
 "저승의 어머님 면은 세워드렸구나..." 하는.

 만감의 정체가 맥이 풀리는 허무함이었다는 데에 당혹스러워하며 몰아치는 허기.
 그래서 급조한 가족 외식.

 아드님은 직장 회식으로 빠지고.
 셋째는 학교에서 베드민턴을 빡쎄게 해서 피곤하다나 어쩌다나 해서 빠지고.
 삼월이 언니랑, 첫째랑, 비대면으로 참석한 타국의 둘째랑 앉은 삼겹살집.

 불판이 한 순배 돌고난 후 가족 단톡방에 오늘 아빠가 쏘는 이유를 밝히며,
 "두고 보거라. 전국 최대 문인단체 소속인 데다가, 상징성 있는 이곳 도시의 특성상 지금은 별거 아닌 것이 별거가 될 날이 올 테이니... 명가가 별거 아니다. 아부지도 이제 지방에 학생 자를 떼었으니, 자부심을 가지고 힘차게들 살아가거라"


 내가 시인으로 현생을 산 흔적.
 현실적인 두 계단은 올랐고,
 진인사대천명이겠으나 이제 영원히 머물고 싶은 한 계단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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