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봉하, 사나이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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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ㅁ안방

5월 봉하, 사나이 눈물.

by 바람 그리기 2024.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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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언 남쪽 끝 땅 문상길, 노정에 함께 태우고 가겠다고 C시에서 일부러 들러 다섯 시 지나부터 집 앞에서 기다리는 학성 부부. 하필이면 다른 날 보다 길어진 잡부 일정에다가, 마치고 집에 가서 씻고 옷 갈아입고 하려면 한 시간은 족히 더 기다려야 할 형편이니 마냥 기다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아쉽고 미안하지만 먼저 가시라 해 놓고. 떠나고 10여 분 차이로 집에 도착해 씻고 바나나 하나로 요기 하고 옷 갈아입고 친구 부부가 상가 도착했을 시간에 마지막 열차에 올라 출발하며, 함께 모시고 간 박 면장 떨궈 놓으라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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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인 셋째 사위와 박 면장과 셋이 밤새 술 푸고(아무리 임종 첫날이고 자정이 지난 시간이지만, 밤샘하는 문상객이 하나도 없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은 듯하다), 다음 날 9시 무렵 늦은 상식 올리는 것 보고 상가에서 떠나 진영역에 도착하니 "봉하 마을에 들러 가자"는 면장님.
 마침, 다음주가 기일이기도 하고 일부러 오는 이들도 있는데...

 예약한 표를 급하게 물리고 차를 바꿔 타고 봉하 마을에 도착해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마주한 노 대통령 등신대 패널. 아침 해장술에 취한 면장님이 그 패널을 껴안고 흔들며 지르는 아이고땜이 적막한 광장을 순식간에 혼란스럽게 만든다. 순식간에 벌어진 이 소란에 관리 직원이 비상 걸려, 여차하면 번쩍 들어낼 기세로 비틀거리며 묘역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묘역에서 통곡하며 넙죽 절 올리고 너럭바위를 쓰다듬으러 다가가는 면장에게, 멀리서 지켜보던 직원 둘이 고함치며 황급하게 뛰어온다.
 "이것 보시오! 여기 <출입을 삼가해 달라> 써 있지 않소. 그러려면 아예 <출입 금지>라고 써 놓아야지. 근처에 가지도 못하게 이렇게 근접불가 신전으로 떠받들라고 대통령께서 '조그마한 돌 하나 남기'라고 유언하셨겠소! 우리가 무슨 큰일을 벌인 것도 아니고, 여기 통곡하고 있는 거 안 보이시오? 설령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멀쩡한 일행이 있는데, 언제부터 여기가 이렇게 참배객에게 고함까지 지르며 예민하게 소란 피우는 형편이 되었소!"
 너럭바위 곁으로 들어가지 말라며 고함치며 뛰어온 직원에게 던진 내 항변에,
 "그래도 아침부터 술에 취해서 이렇게..." 말끝을 흐리며 되돌아선다.

 면장님, 발길 닿는 흔적마다 울음바다다.
 울면서 술 깼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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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영역으로 되돌아와 차편을 기다리며 광장 한편 벤치에서 담배를 먹는데, 저고리에서 뭐가 부스럭거린다. 
 "이게 뭐지?"
 부스럭거리는 것의 정체를 확인하니 이렇다.

 그렇다고 조의금 넣으러 다시 다녀 올 시간은 아니 되고, 잊기 전에 계좌이체로 대신했다.
 칠칠맞지 못하게 또 흘리고 다녔다. 일찍 발견했길 망정이지, 큰 실수할 뻔했다.

 

 차 타고 오가는 일만으로도 대간하다.
 내일이 초파일이 아니었다면, 일정을 하루씩 미뤄 장지까지 동행했으면 좋았을 일이었지만...

 

 
 202405142216화
 나훈아-사나이 눈물
 병석 빙부상 문상
 김 선생 전화

 -by, ⓒ 성봉수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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