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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치고 번뜩 쌀쌀해진 날씨.
강아지들을 상자에 담아 장 달구지에 싣고 오일장 한편의 난전으로.
"개들이 예뻐서 옆에 애들이 안 팔리겠는데…."
가축장수 아줌마가 중얼거리며 새 우리를 만들어 강아지들을 담는다.
'뭐요?'
네 마리 중 한 마리는 다른 수놈과 바꿔가기로 하고 똘똘한 놈을 고르고 있는데 손에 쥐여 준 만 오천 원.
"요즘 개값이 없어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얘들 어미·아비를 이만 오천 원 씩에 팔고 살 땐 오천 원이라니? 바꾸어 가는 수놈 접종액 사고, 사료 한 봉사고, 똥 치운 사람에게 돈 만 원이라도 줘져야지 이게 말이 돼요?'
"아 글쎄, 요즘 금이 그래서…."
'됐어요! 차라리 공짜로 분양하고 말지!'
씩씩거리며 강아지들을 상자에 도로 담는데
"가져온 걸 뭘 도로 가져가요. 그럼, 수놈 안 가져가는 거로 하고 네 마리에 삼만 원 드리리다"
'됐어요!'
달구지를 끌고 다시 대문턱을 넘어서자, 강아지들을 보내며 서운해하던 삼월이 언니가 깔깔거리며 좋아한다. 그나저나, 이놈들을 어찌 처치하나? 마당에서 개 키우는 집이 흔치도 않고 그렇다고 더 키우다 내면 식용으로 팔릴 것이 뻔한 일인데….
담장 위에 올라앉은 호박 두 덩이가 완전히 물이 들었다. 다음 주에는 넝쿨을 걷어내야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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