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탕으로 점심을 얻어먹고 우체통에 들어 있는 책과 고지서를 챙겨 들고 대문 안으로 장화 신은 발을 딛습니다.
두시가 들어섰는데도 햇살이 반쯤만 들어찬 오래된 집. 바람종의 새순처럼 일렁이는 노래가 가득한 그 마당을 가로질러 삼월이가 반갑게 달려 나와 맞습니다.
완연한 봄이라 해도 이상할 것 없이 따뜻한 날씨. 손을 닦고 옷을 벗어 털고 옥상에 올라가 장독 뚜껑을 열어두고 내려왔습니다.
쫓아다니며 아양을 떠는 꼴이 이상타 했더니, 아침에 삼월이 언니가 주고 간 사료가 그냥 그대로 있습니다.
흠...
'너 어쩌려고 그러니? 니 꼴이 지금 돼지여, 돼지!'
뜨거운 물에 돼지기름 반 티스푼을 풀어 사료 위에 부어주고,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식모커피를 타 다리를 쭈욱 펴고 앉아 우편물을 확인하며 맛난 담배를 먹었습니다.
'날이 아무리 좋아도 잠깐 눈을 붙여야겠어...'
(장독 뚜껑, 장독 뚜껑….)행여 깜빡 잊을까, 중얼거리며 잠이 들었다가 눈을 뜨니, 막 네 시가 지났습니다.
속옷이 온통 땀으로 젖었습니다.
빨래하기 귀찮아서 어쩔까 망설이다, '코로나로 세상이 심란하데 감기라도 걸리면….'라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나 속옷을 모두 갈아입었습니다.
열어 둔 장독 뚜껑이 생각나 그길로 옥상에 올라가 덮고 내려오니, 자는 사이 현관 앞에 놓고 간 택배가 보입니다.
금액이 많고 적음을 떠나,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에게 맘을 나눈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
그 이유가 어디에 있든,
고맙고 감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받았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일상이 엉망일 텐데...
부디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또 다른 선물.
보내주신 괴기 잘 받았습니다.
맛이 좋으니 사업 대박 나시리라 믿어요.
고맙습니다!
뇌가 기름진 남도의 P 선생님,
유쾌 발랄 A 선생님,
모두 감사합니다.
피가 되고 살이 되도록 자알 먹겠습니다.
따뜻한 봄 안에 행복하시길 빕니다.
詩人 성봉수 합장.
202003052617목경칩
퇴근한 삼월이 언니가 딸기 한 접시를 들고 서재 문을 밀치며 묻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어디 다녀왔어요?"
(누가 어딜 다녀오건 말건, 옆방 아줌마가 뭘 궁금해 한댜?)
물론 속엔 얘깁죠.
경칩.
정말 봄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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