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잡부 나간 집 고추밭 아래 둑싱이에 연분홍과 연보라색의 중간쯤인 메꽃 넝쿨이 기어오르고 있다.
이 꽃의 채도는 너무 여려 마치 붓을 헹군 물처럼 투명하니 바라보는 맘이 늘 측은하고 가련하고 조심스럽다.
언뜻, 늬집 뜰 구팅이에 핀 꽃을 본 듯하다.
가려 심고 가꾼 화단이니 제비가 물어 날랐을 일은 없어, 쥔장이 어느 길가에 멈춰 씨앗을 받았겠거니 생각된다.
생각하니, "멈춰 씨앗을 받으며 혹시 얼굴 한 톨 함께 거두었을까?"
마치 물수제비 뜨던 돌멩이가 맑은 물 위를 통, 통 튕기다가 퐁당 가라앉은 것처럼,
뙤약볕 아래 망중의 상상이 기쁘고도 슬프게 똑 메꽃 색처럼 스르르 옅어진다.
반응형
잡부 마치고 들어선 오래된 집 마당 한편의 화단.
울타리 말뚝에 잠자리 한 마리가 날개를 내려놓았다.


명암을 구분한다는 홑눈과, 2만여 개의 낱눈이 모인 겹눈으로 행동을 구분한다는 잠자리.
아무리 내 눈이 턱 없이 모자란다지만,
"심지도 않은 꽃을 심었노라."
"받지도 않은 씨앗을 받았노라."
내 상상의 심미안이 곤충만 못하구나.
상상의 안광이 정상의 지배를 철하고도, 저어 안드로메다 훨씬 밖의 우주를 떠가고 있을 정도로 과했다.
202406171817월
동요-춤추는 갈매기
나는 지금 우울 쪽으로 급, 건너가려는 평상을 붙잡아 끌어당기고 있을 뿐이고
나는 지금 정상인처럼 배가 실실 고플 뿐이고
나는 지금 이 거추장스러운 생명 유지의 행위를 무엇으로 때울지 고민일 뿐이고
-by, ⓒ 성봉수 詩人
반응형
'낙서 > ┖ 끽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이다. (0) | 2024.06.30 |
---|---|
다시 그날. (0) | 2024.06.25 |
북극성을 잊다. (2) | 2024.06.02 |
철새는 날아가고... (4) | 2024.05.28 |
눈을 뜨게 하소섯! (2) | 2024.05.2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