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오래된 집 마당을 휘이 둘러봤다.
제 있는 곳에서 제 몫의 시간을 지키고 있는 것들.
견디고 있거나 참아내거나,
오롯이 꿋꿋한 것들.
입이 방정일지 모를 일이지만,
소한이니 겨울도 다 갔다.
그제.
고향 떠난 지 오래인 친구.
고속철도 경유지로 편입되는 막장 진폐와 맞바꾼 쪽쪽골 선친 땅 보상받아 떠난 친구.
자리 잡은 곳에서 또 도로가 나고, 다시 이주한 곳이 대기업 공장용지로 또 수용되며 "인근 산에 말뚝 하나만 박아놨어도 부자 된다"라던 우스갯소리의 주인공이 된 친구.
뻔질나게 내 방 드나들던 어릴 적 막걸리 친구.
고향 떠난 후에 명절 때마다 들렸던 친구.
그렇게 친구들과 술자리에 앉으면, 그때마다 부인이 잡으러 왔던 친구.
주먹만 한 알이 박힌 반지와 금장 시계를 차고 나타나, 내게 처음으로 소고기 안주로 넘기는 쏘주를 맛보여준 친구.
기술 배운다고 토끼 같은 아이들 곁을 떠나 타관 객지 안정리인가에서 앞치마 차고 고생할 때, 대낮 카바레로 끌고 가 넥타이를 목에 휘감으며 춤추던 친구.
어머니 장례 모실 때 마지막으로 본 친구.
그 친구에게 모처럼 모친 안부를 물을 겸 신년 덕담을 건넸더니, 아침에 뜬금없이 단톡방을 만들고 친구들을 초대했다.
오버다.
"초대 안 받기"를 설정하고 군말 없이 나왔다.
"모든 것이 내게 가하나 다 유익한 것은 아니고, 만나야 친구고, 함께해야 가족이고, 그리워야 사랑이다"
입이 방정일지 모를 일이지만,
소한이니 겨울도 다 갔다.
이제 이 겨울도 그리울 일만 남았으니,
내 세상은 온통 사랑이다.
배고프다.
밥 안치러 가자.
Forever_With_You -Modern_Pops_Orchestra
급, 술이 당기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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