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깊어 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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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그리움이 깊어 병이 되었다.

by 바람 그리기 2016.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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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이 배가 제법 불러오고 젖꼭지도 부풀어 올랐어요.

개집을 새로 만들어 돌쇠가 있던 자리에 매어놓고, 돌쇠는 삼월이가 쓰던 집에 옮겨 매단 지가 한 달도 더 된 것 같습니다. 삼월이는 몇 차례 실랑이를 벌인 후 제집으로 여기고 잘 적응을 했는데도 돌쇠는 삼월이가 쓰던 집이 영 맘에 들지 않는 모양이에요. 비가 많이 오던 한번을 제외하고는 단 한 차례도 집 안에 들어가는 일이 없습니다. 추운데 덜덜 떨면서 웅크리고 자는 모습이 안 되었어 두꺼운 헌 옷을 집 안에 몇 번이나 깔아줘 보았지만, 밖으로 끌어내서 마당에 깔고 누울 뿐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밥도 잘 먹고 변도 잘 보고 코끝도 항상 촉촉하게 젖어 있는데도 비실비실 말라버렸어요. 앙상한 갈비뼈 하며, 그 몰골이 측은할 정도로 흉합니다.

 

마당 이편과 저편으로 갈라 묶어 놓았기 때문일까……?

해서, 어젯밤엔 오랜만에 삼월이 목줄을 풀어주었는데, 마당을 가로질러 쪼르르 달려가서 돌쇠에게 몸을 비빕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자니 기특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돌쇠도 마저 풀어주었더랬죠.

 

어젯밤의 꿀 같던 해후가 언제였느냐는 듯, 오늘 아침에는 곰국 달인 뼈다귀를 놓고 서로가 잡아먹을 듯 으르렁거립니다.

'헤어지면 그립고 만나 보 오오며언 시들하고~~'

유행가 가사가 틀린 것이 없습니다.

 

종강하고 저녁 7시부터 새벽 5시까지 고깃집 아르바이트를 하는 둘째가 "전, 이제까지 너무 편하게 살았나 봐요…."란 푸념과 함께 17일쯤에 다니러 오겠다는 카톡을 보내왔습니다. 야간 수당이 붙어 임금이 제법 되는 것에 욕심을 낸 것 같은데, 아마도 목돈이 들어갈 계획이라도 짜 놓았기 때문인 것 같아 기특하기도 하고, 벌리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 걱정도 되네요. 아무튼 제 생일 이틀 전. 미역국 먹고 다시 올라가겠다는 말인 것 같은데, 손가락을 꼽아 보니 삼월이가 새끼 낳을 날과 거의 겹쳐집니다. 어려서부터 개를 좋아해서 개집에 들어가 놀던 아이인데, 삼월이가 큰 생일 선물을 줄 듯해요. 새끼를 물고 빨고 유난을 떨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리움이 깊어 병이 되었다'는 말처럼,

잠시도 멈추지 않고 마당을 뛰어다니는 돌쇠를 보니 놈이 야윈 이유가 짐작이 갑니다.

삼월이의 따뜻한 체온 이었건, 마당을 뛰어다니는 자유로움 이었건....

 

돌쇠는 볕이 잘 드는 마당 한편을 찾아 반쯤 눈을 감고 있고 삼월이는 집에 들어가 턱을 괴고 밖을 바라보고 있어요.

이 모두가 한가롭고 평화로운 정적을 그리고 있습니다.

연휴 마지막 오후,

편하게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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