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밟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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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그림자를 밟고.

by 바람 그리기 2020.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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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묘를 다녀온 후 쭈욱, 집 앞 큰길가에 해 두었던 주차.
 아침이 오기 전에 옮겨 놓으려 집을 나섰다.
 유턴을 위해 사거리 로터리 근처에 닿았을 때,
 명절 끝, 인적 끊긴 거리를 휘청이는 두 청년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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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은 밤, 이 골목 저 골목을 닿을 곳 없이 휘적이던 걸음.
 내 젊은 날은 왜 그토록 비틀거렸는가?
 돌아서면 나는 늘 왜 혼자였던가?
 왜 혼자이기를 고집했던가?


 그날의 혼자는 지금,
 더욱 치밀하고 영악하게 웅크려 있다.
 육신은 세월의 채찍에 길들여진 듯 무력하나,
 내 안에 감춰두고 틀어쥔 발톱은 여전히 날이 퍼렇다.
 어쩌면 단 한 번의 획을 기다리며,
 유리된 내 그림자는 지금도 어느 낯선 밤거리의 뒷골목에서 휘청이고 있는 것이겠다.

 비 멎은 거리.
 포도위에 암울하게 누워 있는 내 그림자를 밟고 돌아온다.

 

 

 

 20200127292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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