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보식하고 돌아온 현관 앞. 놓여 있는 택배 박스 크기가 어마무시하다.
이중 박스로 포장된 바람종 "아침의 고요"
5개월 할부로 일 저지른 주문 과정에서도, 배달 문자 받은 산 중에서도, 이 정도로 크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원래 계획대로 마당 끝 땡감나무 가지에 걸었는데, 크기가 너무 커서 추가 끌린다.
어쩔 수 없이 끈 길이를 줄여 걸어두었는데, 커도 너무 크다.
그러니 웬만한 바람에는 미동도 없다. 가까이 가서 귀를 세우면 잔잔한 맥놀이가 속삭이듯 들리기는 하는데, 그 아래에 좌정하고 지내는 일상이 아닌 다음에야...
"바람 많은 선영 나무에 걸을까?"
잠시 생각했지만, 쓸만한 나무도 어느 틈에 캐가는 무주공산 형편인 그곳에 비싼 돈 들여 산 것을 위험부담 안고 그럴 수는 없는 일이고.
비가 오고 바람 웬만한 이런 날도 울지 않는다면, 태풍이나 몰아쳐야 들릴 일이다.
이제 것 다른 바람종에 했던 것처럼, 추를 가벼운 것으로 새로 만들어 달고, 매어 둘 곳은 두 번째로 생각했던 옥상 처마 아래로 옮기던지 그것도 아니면 지고 다니던지... 방법을 모색해야겠다.
커도 너무 크고 무겁다.
비도 오시고 몸도 뻑적지근하고 속도 비었고,
어제 부모님께 올리고 남은 제주와 오징어 구워 이 차 저 차 간단하게 낮술 시작합니다.
발동걸리지 않게 빌어 주소서~!
2923.4.20.16:27
지난 14일 박종철 열사의 모친 '정차순' 여사께서 자식을 가슴에 묻고 지낸 한 많은 세상에서 운명하신 후 맞았던 4·19 특집 프로그램.
술상을 서재로 옮겨 방송을 보며 오징어 한 마리를 다 먹었고, 곁들인 맛살 두 개와 견과류 반 줌도 다 먹었고, 내친김에 삼월이 언니께서 친정 출근하며 배급하신 인절미 한팩도 저녁밥으로 마저 조지며 저녁을 맞았다.
고맙게도 어제 보식한 떼 살펴주느라 비가 거세지 않고 촉촉하게 종일 내렸고, 서재 창밖 바람종도 쉴 틈 없이 짤강거렸다.
귀를 쫑긋 세우고 마당 끝 땡감나무에 걸어 둔 '아침의 고요'에 온 신경을 세워 목을 매도 감감무소식이다.
부아가 확 치미다.
천만년에 한 번 들려줄 소리. 우담바라가 피기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이건, 아니라고 봤!
플라스틱 포장용기로 가벼운 새 추를 만들고, 비를 맞으며 서재 창밖 차양 기둥으로 옮겨 달았다.
가까우니 아쉬운 데로 들린다.
천만년에 한번 들릴지언정,
이 묵직하고 귀티 나는 맥놀이가 황홀하다.
삼월이 언니는,
"술치먹고 들어오다 대가리 방꾸나지나 말라"하신다.
202404202635토
바람종-아침의 고요
참!, 절구 공이로 아침 저녁 오가며 두드릴까? 이웃 원룸에서 신고하려나?
-by, ⓒ 성봉수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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