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밥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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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ㅁ안방

이밥 앞에서.

by 바람 그리기 2024.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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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묵은쌀에 혼곡 해 먹으니 IH 아니라 울트라 IH AI 솥으로 밥을 지은들 푸석하고 거칠한 그 식감이야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대부분의 먹는 행위에 대한 관점이 생명 유지의 기본적 목적 외에 별다른 함의를 품지 않다 보니 딱히 불편한 줄 모른다. 그렇다고 이따금 달거리 여인의 도벽처럼 찾아오는 금테 두른 혓바닥의 욕구까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마침 자루에서 덜어 혼곡 해 놓은 쌀이 동났다. 이참에 폭신한 이밥이 먹고 싶어졌다. 달거리 여인의 도벽처럼 찾아온 욕구만큼은 아니었지만, 이리 가나 저리 가나 일생의 총량을 따지자면 별반 큰 차이가 없을 종착역을 두고, 건강이라는 구실로 외양간의 소로 살게 한 혓바닥이 측은해졌기 때문이다.

두부, 무 조림. 군달걀 장조림. 정구지 오이김치. 콩자반. 단식초간장 삭힌 고추. 깍두기(이 것만 내가 안 했다) 호박 새우젓국. 이밥.

 정성 들여 쌀을 씻어 불려 밥을 짓고 상을 차렸다.
 씹지 않고 우물만 거려도 사르르 녹아 꿀떡 넘어가는 이밥.
 우물거리다 보니 심심하고 재미없다.
 생명 유지의 기본적 목적조차도 자각할 수 없는 이 순탄한 식사,
 재미없는 일이다.
 
 삶이라고 다를 일 없는 일이다.
 그렇게 만사가 순탄하고 원만하다면.
 무언가 깔짝거리고 부대끼고 그래서 찬찬히 저작에 신경 쓸 일 없다면.
 평온이라는 씨앗을 둘러싼, 이밥처럼 헐렁한 과육에서 무슨 맛을 느낄 수 있을까?
 어쩌다 불편한 벌레에게 살점을 내주고, 때로는 음지에 고립돼 착색되지 못할지언정,
 낙과의 그날까지 당당하게 맞서서 시고, 달고, 더러는 떫기도 한 과육을 살찌워 씨가 되는 시간.
 그게 사람 사는 일이고, 그게 나로 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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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상을 비우고 친구 전화받고 마주 앉은 술자리.
 담배 먹으며 바라본 점포 입구에 쓰인 문구.

 처음엔 그리 했겠으나,
 전혀 관리되지 않는 점포.
 "아무렇게나 접혀 입구 한쪽 구팅이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성탄 추리"
 "다이소 샤워 커튼으로 가려진 파손된 화장실 문짝과 그 안에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온갖 비품들(조명을 어둡게라도 해 놓던지)"
 "주방에서 객장 쪽 바닥으로 배어 나오고 있는 물"
 하나만 봐도 열을 안다고, 주방의 상태가 어떨지...
 웬만해서는 남의 일에 왈가왈부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가맹점 본사에 전화 넣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관리되지 않은 점포.
 불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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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으로 돌아와 설거지하고 혼곡한 쌀을 씻어 새벽 시간에 취사 예약을 맞추고 커피 타서 들어왔다.

 새벽 일찍, 먼 남도에 다녀 올 생각이었는데 "전국적으로 내일 비 온다는데? 어디를 가?"라고 내일 일정을 묻는 톡.
 아무래도 남도 행선은 다음으로 미루고 내일은 이곳 급한 일정부터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202404232531화
 동요-활짝 웃어요 mix 젊은 태양x1.5

 -by, ⓒ 성봉수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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