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묵은쌀에 혼곡 해 먹으니 IH 아니라 울트라 IH AI 솥으로 밥을 지은들 푸석하고 거칠한 그 식감이야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대부분의 먹는 행위에 대한 관점이 생명 유지의 기본적 목적 외에 별다른 함의를 품지 않다 보니 딱히 불편한 줄 모른다. 그렇다고 이따금 달거리 여인의 도벽처럼 찾아오는 금테 두른 혓바닥의 욕구까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마침 자루에서 덜어 혼곡 해 놓은 쌀이 동났다. 이참에 폭신한 이밥이 먹고 싶어졌다. 달거리 여인의 도벽처럼 찾아온 욕구만큼은 아니었지만, 이리 가나 저리 가나 일생의 총량을 따지자면 별반 큰 차이가 없을 종착역을 두고, 건강이라는 구실로 외양간의 소로 살게 한 혓바닥이 측은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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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 들여 쌀을 씻어 불려 밥을 짓고 상을 차렸다.
씹지 않고 우물만 거려도 사르르 녹아 꿀떡 넘어가는 이밥.
우물거리다 보니 심심하고 재미없다.
생명 유지의 기본적 목적조차도 자각할 수 없는 이 순탄한 식사,
재미없는 일이다.
삶이라고 다를 일 없는 일이다.
그렇게 만사가 순탄하고 원만하다면.
무언가 깔짝거리고 부대끼고 그래서 찬찬히 저작에 신경 쓸 일 없다면.
평온이라는 씨앗을 둘러싼, 이밥처럼 헐렁한 과육에서 무슨 맛을 느낄 수 있을까?
어쩌다 불편한 벌레에게 살점을 내주고, 때로는 음지에 고립돼 착색되지 못할지언정,
낙과의 그날까지 당당하게 맞서서 시고, 달고, 더러는 떫기도 한 과육을 살찌워 씨가 되는 시간.
그게 사람 사는 일이고, 그게 나로 사는 일이다.
밥상을 비우고 친구 전화받고 마주 앉은 술자리.
담배 먹으며 바라본 점포 입구에 쓰인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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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리 했겠으나,
전혀 관리되지 않는 점포.
"아무렇게나 접혀 입구 한쪽 구팅이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성탄 추리"
"다이소 샤워 커튼으로 가려진 파손된 화장실 문짝과 그 안에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온갖 비품들(조명을 어둡게라도 해 놓던지)"
"주방에서 객장 쪽 바닥으로 배어 나오고 있는 물"
하나만 봐도 열을 안다고, 주방의 상태가 어떨지...
웬만해서는 남의 일에 왈가왈부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가맹점 본사에 전화 넣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관리되지 않은 점포.
불쾌하다.
집으로 돌아와 설거지하고 혼곡한 쌀을 씻어 새벽 시간에 취사 예약을 맞추고 커피 타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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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일찍, 먼 남도에 다녀 올 생각이었는데 "전국적으로 내일 비 온다는데? 어디를 가?"라고 내일 일정을 묻는 톡.
아무래도 남도 행선은 다음으로 미루고 내일은 이곳 급한 일정부터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202404232531화
동요-활짝 웃어요 mix 젊은 태양x1.5
-by, ⓒ 성봉수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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